오상영
원광보건대학교 전 겸임교수
삼례로타리클럽 제48대 회장
삼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원광보건대학교 전 겸임교수
삼례로타리클럽 제48대 회장
삼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농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농업인은 줄어들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농촌을 지켜온 고령 농업인들이 여전히 농업 현장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제 농업지원 정책도 이러한 농촌의 현실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농작업 편의장비 지원사업도 그중 하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농업인이 지정된 편의장비를 구입할 경우 구입비의 80%를 지원하고 본인은 20%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지원 기준액이 50만 원이라면 보조금 40만 원을 지원받고 농업인은 10만 원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원 한도와 대상 품목은 지역마다 다르다.
농촌에서는 각종 지원사업과 행정정보를 이장의 마을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활용해 온 편리한 방식이지만 고령화된 농촌의 현실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청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방송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할 수 있다. 방송을 듣더라도 지원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지, 신청기간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홀로 생활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 농업인에게는 이러한 정보의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마을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모든 주민에게 정보가 전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정은 안내했지만 주민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정작 지원이 절실한 농업인들이 신청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저소득 고령 농업인의 경제적 현실도 살펴야 한다. 구입비의 80%를 지원받더라도 나머지 2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에게는 적은 자부담금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복잡한 신청 절차와 행정기관 방문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면 좋은 지원제도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이제 농업지원 행정은 신청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주민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읍·면 행정복지센터와 농업기술센터가 협력해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찾아가는 현장 설명회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담당 공무원이 이장과 부녀회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지역조직과 함께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청력 저하나 거동 불편으로 정보 접근이 어려운 농업인에게는 개별 방문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안내문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와 지원 자격 확인부터 신청서 작성, 장비 구입 절차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 고령 농업인이 여러 행정기관을 찾아다니지 않고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저소득 고령 농업인의 자부담금 완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득 수준과 생활 여건을 고려한 차등 지원과 함께 농기계 임대사업이나 마을 공동이용 방식을 연계한다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필요한 장비를 포기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는 고령 농업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고령화 정도와 교통 여건을 고려해 맞춤형 현장행정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업지원사업의 성과를 예산 집행률이나 장비 보급 대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원정보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신청 과정에서 소외된 주민은 없었는지, 실제 농작업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행정의 공정성은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안내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정보를 얻기 어려운 주민에게도 실질적으로 동등한 기회를 보장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농촌의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해결해야 할 현실이다. 농업지원 정책도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집행했는가를 넘어 그 혜택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좋은 정책은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필요한 주민이 제도를 알고, 신청하고, 실제 혜택을 받을 때 비로소 정책의 가치가 실현된다.
마을방송은 행정의 시작일 수 있지만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주민이 행정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주민의 삶 속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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