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도심에 어르신 보안관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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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도심에 어르신 보안관이 떴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2.08.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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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 불감도시 오명 벗기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호르르~ 삑삑!”
숨 가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은발의 어르신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긴다.

익산의 복잡한 도로에만 나타난다는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어르신 보안관- 익산시에서 채용한 실버교통서포터즈이다.

“여기 주차 허면 안 된당게, 어서어서 빼!”
더운 날씨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친근하게 타이르는 말투가 사납게 울리던 조금 전 호루라기 소리와는 대조된다.
“할아버지 잠깐만요, 잠깐 마트에서 이거 교환만 하면 돼요.”
불법 주차를 하는가 싶던 여성 운전자는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정말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재빨리 물건을 바꿔와 도로를 비웠다.
익산시는 주요 도로변 및 교통 취약지역의 불법 주정차 단속과 혼잡을 막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실버 교통서포터즈 25명을 채용, 운영하고 있다.
익산지역에 거주하며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60세 이상의 어르신으로 구성된 이들은 4월부터 11월까지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익산역 환승장과 모현 현대 4차 앞, 어양동 파머스마켓 앞 등 11개 교통 취약 지역에서 근무 중이다.
이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세 시간(오후3시~6시)씩 주요 교통 혼잡지역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계도와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모현동 현대4차 아파트와 롯데슈퍼 사이 사거리는 번화가 이면 도로이자 마트를 끼고 있는 탓에 차량도 많고 주차된 차도 많은 교통 혼잡 구간이다. 아파트 주변이라 일반 보행자도 많아 어르신 3명은 원활한 차량 흐름과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특히, 오후 서너 시면 어린아이들을 뱉어놓고 사라지는 학원 차량들로 신호등이 없는 편도 1차선 도로는 마비 상태가 된다. 어르신들이 없다면 눈 깜짝할 새 차와 사람이 얽히고설키는 것이다.
“우리가 안 나와 있으면 금세 꽉 차. 겁나게 꽉 차지. 여그, 여그, 말헐 것도 없어. 도로폭이 좁고 신호등도 없고, 여기가 사거리에, 마트도 있고, 농협이 있고, 사람이 많아서 주차하면 안 되는데, 또 편하게 일보려고 여기만 주차하니까 그게 문제지.”

실버교통서포터즈로 올해 처음 일하신다는 백동춘 어르신은 교통 계도보다 힘든 것이 시민들의 무관심과 차가운 시선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은 타이르면 잘 협조를 해주는데 가끔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어. 일이 힘들지는 않은데 시민들하고 쌈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여.”
실질적인 단속의 권한이 없고 홍보와 계도에만 그치는 것도 교통서포터즈의 어려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시청 교통계에서 가끔 한 번씩 나와서 딱지를 떼어야지. 우리는 사실 딱지 뗄 수 있는 자격이 없으니 아무리 말을 해도 사람들이 안 들을 때 속상하지.”속상하다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호루라기 소리는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도로가 한번에 깨끗해지고 나면 그게 보람이야, 사실 다른 것은 없어.”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도로를 지킨다는 뿌듯함이 이들을 지키는 또 다른 버팀목이 돼 주는 듯 보였다.
익산시청 교통행정과 황호정 주무관은 “노인인력을 활용한 교통 도우미 활동은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로 실제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후 민원 발생이 줄었다”며 “전북방문의 해를 맞아 익산시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선진 교통문화 정착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 잠깐~ 교통질서, 익산의 품격을 말하다!
개인의 운전 습관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듯이 한 지역의 교통안전 수준은 그 도시의 품격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통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숙한 교통 문화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익산시의 교통문화실태는 어느 수준일까?
국토해양부가 2011년 인구 30만 이상의 도시 25곳을 대상으로 운전행태와 교통안전영역, 보행행태 등을 점수화한 교통문화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 16위를 차지한 익산시는 2010년 13위로 상승해 시민들의 교통문화 의식이 다소 개선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2012년 1일 평균 교통사고 발생량과 사망자가 각각 5.2건과 0.11명으로 집계돼 지난 해 5.5건과 0.16명에 이르던 것에 비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익산시가 교통사고 불감도시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어버린 것은 아니다. 2012년 상반기에만 96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1,424명이 부상을 당하고 18명이 사망하였다.
특히, 50대이상 사망자가 70.4%(12명)에 달하고 안전운전불이행에 따른 사망사고도 69.8%로 조사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운전 홍보와 계도, 집중 단속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익산시는 7월 25일 익산경찰서와 교통관련 기관 및 단체, 운수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교통질서준수 및 교통시설환경 개선 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교통사고는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가 90%이상을 차지한다. 도로와 자동차 등 물리적인 시설과 장비가 전에 비해 안전해졌다고 하더라도 이용자의 의식과 행태가 변화하지 않으면 교통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상존해 있다.

안전띠 매기, 운전 중 DMB·휴대전화 사용 안 하기, 음주 운전 안하기, 교통 약자 배려 하기 등 배려와 양보, 약간의 여유만 가진다면 익산의 교통안전 문화, 나아가 익산 시민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더 향상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익산=문공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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