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메달 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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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메달 지상주의
  • 안상현 전주교도소 교정공무원
  • 승인 2012.08.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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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이 지난 8월 1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4년을 기다려야만 볼 수 있는 지구축제를 즐기기 위해 저도 기꺼이 올빼미족을 자처하여 낮밤이 뒤바뀐 17일을 보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멋진 경기를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열띤 응원으로 대한민국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우리만의 안 좋은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메달 지상주의입니다. 올림픽 전부터 방송사들은 우리나라가 메달을 몇 개 따고 종합순위 몇 위 안에 들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더니 대회 기간 동안에도 메달 유망 종목에 중계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였습니다. 중복중계를 하지 않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깬 덕분에 메달 획득 경기는 어느 채널을 돌려도 볼 수 있었고 며칠 동안이나 재방송되었습니다. 런던 올림픽 26개 종목 중 4개 종목을 제외한 22개 종목에 280명의 선수가 출전했건만 메달획득이 어렵다고 예상된 선수들은 제대로 소개되지도 경기장면이 방송되지도 못했습니다.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대제전이 어느새 우리에게는 메달 지상주의의 장으로 변질되어버린 것 같아 슬펐습니다. 언제까지 이 행태는 계속되어야 할까요? 언제쯤이면 1등만 기억하고 기리는 문화가 사라질까요? 메달을 딴 선수의 땀과 노력이 그렇지 못한 선수의 땀과 노력보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과는 다를지언정 과정의 노력과 땀은 모두가 똑같이 소중합니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올림픽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자질이 보이면 4~5세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 오로지 미래의 금메달을 위한 혹독한 훈련프로그램을 받게 하며 철저한 엘리트스포츠 교육을 통해 1인자가 아니면 도태되는 철저한 성적 지상주의를 구현합니다. 반면 미국은 생활체육의 활성화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취미로 즐겨온 이들이 대표로 선발된다고 합니다. 본업이 따로 있기에 생업에 대한 걱정 없이 올림픽에 나갑니다. 그 결과 전문선수가 아니더라도 교사, 회사원, 주부의 신분으로 금메달을 따는 이들이 허다합니다. 국제스포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무리 중국이 국가적으로 메달 늘리기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여도 종합순위에서 미국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말입니다.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당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리우 올림픽에서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먼저, 개막 전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을 소개해주는 겁니다. 그 다음에는 메달 획득 유무에 상관없이 다양한 종목을 중계해주고요. 또 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비인기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거나 그동안 나가지 못했던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합니다. 메달과 성적에 더는 연연하지 않고 평화와 화합 및 인류애의 정신을 되새기면서 지구촌 축제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세계는 우리를 스포츠강국, 문화강국으로 인정할 것입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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