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종자시장, 우리도 경쟁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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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종자시장, 우리도 경쟁력 갖춰야
  • 박상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분자육종과
  • 승인 2012.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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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가지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요즘 또 하나 시끄러운 문제가 특허전쟁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시작되면서 듀폰과 코오롱 등 전 세계의 특허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허권으로 인한 로열티 수입을 성공적으로 창출하게 되면서 2010년 이후에는 글로벌 특허소송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주력시장인 스마트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은 특허전쟁이 치열한 분야로 미국과 유럽 등과의 국제 특허경쟁은 기술 진보와 더불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특허는 지적재산 사회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본바탕이 될 것이며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다른 나라들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문제는 중요한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특허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업 또한 특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특허로 애쓰고 있는 것은 ‘종자’이다. 작물들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씨앗 한 알에 대한 특허로 종자시장은 전쟁이다. 열매도 아닌 씨앗으로 무슨 전쟁이냐 하겠지만 지금 종자시장에서는 파프리카 씨앗이 금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국제종자연맹에 따르면 2011년 세계 종자산업 시장규모는 45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의 종자시장 규모는 겨우 4억 달러로, 세계시장의 0.89%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종자 산업의 경쟁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치상으로 보면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청양고추의 씨앗을 외국에서 돈을 주고 사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 가를 알게 될 것이다.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한 국내의 모기업이 외환위기 때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수박, 참외, 배추 등 대부분의 품종이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종자 산업은 300억 달러 수준으로 반도체 시장보다 3배 정도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본다면 계속되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식량전쟁으로 종자 산업이 무한한 고성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종자 산업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탄저병에 저항성을 갖는 고추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연구팀은 고추 유전체 가운데 탄저병 저항성을 나타내는 부위를 찾아 염기서열을 확인해 특허 출원을 했다. 관련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로 우리 종자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고추는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채소종자 수출액 260억 원의 30%, 약 80억 원을 차지하는 주요 수출품목으로 이번 탄저병 저항성 고추 개발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탄저병 저항성 고추의 개발은 지난 1998년부터 국내·외 유전자원에 대한 끈질긴 탐색연구를 통한 연구결과물이다. 이처럼 종자 산업에는 많은 자금과 더불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가 종자 산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2015년까지 약 800억 원을 들여 육종진흥센터, 종자검정센터 등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연구·개발, 컨설팅, 자금 등 소프트웨어를 지원해 20여개 민간종자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많은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농업의 미래는 종자 산업이 얼마나 주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미래농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종자 산업에 국민들은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세계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것인지 다시 한 번 더 되짚어 보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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