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법정 공휴일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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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법정 공휴일 되어야
  • 장세진
  • 승인 2012.10.0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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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일제침략기인 1924년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1990년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지난 3월 한글단체와 진보, 보수를 망라한 단체들이 뜻을 모아 ‘한글날공휴일추진범국민연합’(이하 범국민연합)을 출범시켰지만,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범국민연합 출범 이전에도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움직임은 끊임없이 있었다.

가령 2008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전체 법정 공휴일의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이라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의원은 한글날과 제헌절을 법정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대왕동상 제막식 축사를 통해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우리 겨레의 보물이자 세계의 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쉽게 배우고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정부는 세종학당을 확대 설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한글날 법정 공휴일 지정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한 셈이다. 더욱이 국민 68%가 찬성하고 있고, 범국민연합측에 의하면 “한글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국민이 2009년 11.9%, 2011년 37.0%로 점점 늘고 있”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글날의 운명을 들여다 보면 꽤 기구하다. 쉬는 날이 어쩌다 많았던 1990년 10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못하겠다며 들고 일어서 공휴일 폐지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반대가 심해 그 해 8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고도 1991년 10월 9일부터 평일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장관은 폐지에 강력 반대했지만, 노태우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총무처가 앞장을 섰다. “글자 만든 날을 공휴일로 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총대를 맨 논리였다. 국가가 스스로 한글의 우수성을 몰각하다 못해 국민들에게 계몽까지 한, 참으로 한심스럽고 ‘무식한’ 작태였다.

사실 한글날은 그냥 하루 쉬는 날이 아니다. 지구상에 많은 나라가 있지만 제 언어를 사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것을 우리 스스로 기념하지 않고 자긍심을 갖지 않는다면 문화민족이라 할 수 없다.

 

전 세계에 퍼져나간 한류라든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서 보듯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화전쟁의 시대이다. 그 우수성은 그만두고 한글이라는 우리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기념할 가치가 충분하다.

오해가 없기 바라지만, 아니 할 말로 예수나 석가모니 등 외국인의 귀빠진 날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순 우리것으로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한글의 날을 그냥 평일로 무덤덤하게 보낸다. 누가 봐도 온당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

1997년 한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찬란한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 나와 수업을 하다보면 한글날의 소중한 의미가 묻혀버리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연중 400시간 이상 많다”는 것이 범국민연합측 설명이다. 재계는 더 이상 생산성 감소 등을 들먹이며 장사꾼 셈법을 내세우지 말기 바란다. 이제 한글날 반짝했던 1회성 이벤트로 그치고만 법정 공휴일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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