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께 올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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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께 올리는 글
  • 전주교도소 보안과 주무관 안상현
  • 승인 2012.10.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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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는 가을 하늘은 한없이 높고 티끌 하나도 허락 않을 듯 맑기만 합니다. 가을 하늘이야 본래 높고도 맑다지만, 올 가을 하늘은 지나온 해들의 것보다 유난히도 더 높고 맑아 보입니다. 저 가을 하늘처럼 우리 국민들 마음에도 희망은 높아만 가고 근심은 사라져 맑음만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삶의 질은 도통 나아지질 않고 있습니다. 이 암울하고 힘든 시절의 와중에 저는 기어코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려 하지만 차별과 모순으로 고통 받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힘을 북돋워 줄 수 있고 얼마 앞둔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는 이상적 군주로서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는 그 누군가에게 말입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정조대왕이었습니다.

 정조대왕 전하!

편안히 잘 계시옵니까? 저는 전하가 다스리시고 전하가 꿈꾸시었던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난 안상현이라 하옵니다. 승하하신 후 212년 만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것도 일개 이름 없는 평민이 편지를 올린다는 것이 큰 실례일 수도 있지만 전하께서는 지위와 신분을 막론하고 온 백성을 귀히 아꼈던 분이므로 너그러이 이해하시고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백성은 만천(萬川)이요 그 위에 하나씩 담겨 비치는 밝은 달이 태극이요 군주라’ 하여 모든 백성들에게 직접 닿는 지고지순한 왕정을 꿈꾸시었던 전하께서는 능히 당시대의 백성들뿐만 아니라 후대 백성들의 근심과 고통도 어루만져주실 것이기에.

전하! 저는 어젯밤 꿈에 전하를 뵈었습니다. 전하가 절 찾아주셨는지 아니면 제가 전하를 찾아 뵈었는지 모르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전하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고 그것은 제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마도 전하를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그러한 꿈을 꾸게 하였나 봅니다. 저는 단 몇 말씀이라도 올리고 단 몇 말씀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그리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하의 용안이 너무나 어둡고 수척했기 때문이지요. 승하 후 지금까지도 신음 받고 고통 받는 백성들에의 걱정으로 지난날을 보내오셨음을 저는 한눈에 알 수가 있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생전에도 오직 부강한 나라, 모두가 잘 사는 나라, 만방(萬放)에 모범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다 미처 이뤄 볼 새도 없이 승하하셨으니 말입니다.그러나 비록, 전하가 꿈꾸시던 세상은 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많은 백성들은 전하를 통해서 힘을 얻고 희망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하가 보여주신 애민정치(愛民政治)와 진정한 선각자로서의 개혁시책은 18세기의 시대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현 지도자들이 깊은 깨달음과 통찰력을 갖고 고통 받는 국민의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끔 해주기에 충분합니다. 재위 기간 중 신분의 차별을 없애 누구나 억울함이 있으면 국왕에게 상언(上言)하도록 해주셨고 그 횟수가 5000번을 넘었다는 것이나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서얼 출신을 규장각 검서관에 등용한 것만 보아도 전하의 백성 아끼는 마음이 실로 끝없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전하!

저는 사실, 능력이 출중하지도 영민하지도 않습니다. 허나 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깊고 진지합니다. 또한 이 땅의 백성들이 모두가 평등하게 고루 잘 살고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누구보다 절실히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 진지함과 그 절실함 속에서 저는 전하를 찾게 되었고 오늘 이렇게 편지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전하께 깊은 감사를 드리옵니다. 경제위기, 자살률 증가,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 등 연일 나라 안팎으로 어두운 소식뿐이어도 여전히 저는, 아니 우리 백성들은 전하를 통하여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권력이 아닌 권위와 덕성으로 정치를 해나가고 불합리한 차별과 모순 없이 누구나 공평한 대우와 권리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평등 사회가 도래하며 세계가 다 부러워할만한 문화?지식 강국이 되는- 전하가 이룩하고자 했던 꿈과 시도는 결코 ‘과거완료형’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분명한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음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전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나라의 백성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뽑게 됩니다. 이번에 선출될 지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60년이나 지속되어 온 남북 분단시대를 종식시키고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며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합니다. 전하처럼 진정으로 백성들을 아낄 줄 알고 백성들이 어찌 잘 살 수 있는지를 아는 자가 이 땅의 지도자로 뽑히게끔 저는 간절히 빌고 또 빌 것이옵니다. 전하께서도 힘껏 도와주소서!

 전하! 이 편지가 저 하나만의 서찰이 아닌 이 나라 온 백성의 마음과 정성을 대신 담아 써 올린 편지라 여겨주시고 읽어주시옵소서 아울러 전하의 백성들은 영원토록 전하의 뜻을 기릴진대 너무 외로워 마시고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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