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에서 고창 무장포고문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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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에서 고창 무장포고문을 발표
  • 박호진 기자
  • 승인 2013.05.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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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기념일 제정을 놓고 정읍과 고창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고창의 기념사업회 진윤식 부이사장이 이곳에서 무장포고문을 발표했다. 이일은 행사를 주최한 천도교와 정읍의 계승사업회가 사전에 협의한 결과였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과 함께 ‘이율배반적 사회단체’라며 정읍시민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


전북 정읍에서 지난 11일 개최된 ‘제46회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 중 천도교가 주최한 ‘동학혁명황토현전승기념제’에서 고창의 ‘무장포고문’이 발표돼 정읍시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더욱이 이 행사에서 무장포고문이 발표된 일이 천도교 측과 지역의 대표 혁명선양단체인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가 사전에 협의했던 결과로 밝혀져 파문이 일 조짐이다.


문제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제정을 두고 정읍의 ‘황토현전승일’과 고창의 ‘무장기포일’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정읍에서의 행사, 더구나 황토현전적지 내 한 가운데에서 치러진 행사 중 무장포고문이 발표된 것.


대다수 정읍시민들의 정서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그것도 정읍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와의 협의 하에 이뤄졌다는 점은 시민들에게 이율배반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천도교 측이 초청해 참석한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이강수 고창군수) 진윤식 부이사장이 나와 혁명당시의 무장포고문으로 대체된 창의문이 발표됐다.


진 부이사장이 발표한 창의문의 기입날짜는 정확히 ‘甲午年 三月 二十日(1894년 음력 3월20일)’로 고창의 무장기포일과 일치하며 내용 역시 미묘한 차이이긴 하지만 무장포고문의 내용이다.


현장에서 만난 진 부이사장 또한 “원래부터 포고문이란 무장포고문 외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발표된 창의문은 당연히 무장포고문”이라고 말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틀 전 천도교의 행사에서 무장포고문 발표가 재연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천도교 측에 정읍과 고창의 현 상황을 설명한 뒤 이를 백산창의문으로 대체해 달라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행사전날인 지난 10일 이 문제로 서울의 천도교 교단까지 찾아가 개선을 요구했고 백산창의문으로 대체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당일 행사자료를 보고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장의 한편에서는 행사 직전 천도교 관계자와 시 관계자 간의 다툼까지 일어났었다.


정읍시 관계자는 또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천도교 관계자가 창의문이 무장포고문으로 사용되기까지 ‘정읍의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와 사전에 협의를 거친 내용인데 왜 시 공무원이 나서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천도교 관계자는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질문에 “약 2주 전에 계승사업회 관계자와 실무협의 차원에서 논의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교단 측에서는 양 시군의 대립관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추진했던 일로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메인행사를 주관한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는 “천도교 측과 창의문 발표에 대해 2차례 통화한 일은 있지만 오지영의 ‘동학사’에서 발췌한 내용이 발표되는 줄만 알았지 무장포고문이 발표되는 줄은 몰랐었다”며 무책임한 말로 일관했다.


이 같은 사실들이 전해지자 정읍시민들은 크게 분노하는 모습이다.


시민 A(57·입암면)씨는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지역 간 구분을 떠나 시민의 혈세로 시에서 보조를 받는 사회단체가 시민들의 뜻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식을 접한 일부 정읍시의회 의원들도 “이일에 대해 의회 차원의 대응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며 비난 여론에 합세했다.


한편 고창 지역에서는 무장기포가 봉건사회의 억압에 대해 농민들의 산발적 저항을 규합, 비로소 ‘농민군’이란 조직을 갖춤으로써 전국적 봉기로 발전하게 됐다는 주장으로 현재 혁명 선양사업의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농민군이 관군과 맞서 최초의 대승을 거둠으로써 역사의 물꼬를 바꾸게 됐다는 정읍의 ‘황토현전승’과 동학농민혁명특별법에 따른 혁명의 기념일 제정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읍시민과 고창군민들의 정서 또한 서로 상대방이 주장하는 일자의 기념일제정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정읍=박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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