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치맛바람요? 배구바람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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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치맛바람요? 배구바람만 있어요"
  • 문공주 기자
  • 승인 2013.08.05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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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장기 어머니 배구대회 우승 거머쥔 함열초 배구팀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를 가진 아줌마들의 함성이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린다. ‘움직여 움직여’를 연발하는 코치와 ‘마이볼~’을 외치며 리시브를 받아내는 폼이 아이를 둘, 셋 낳은 아줌마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민첩하다.

함열초등학교 어머니 배구팀은 지난 6월 대회 역사상 최다인 21개 팀이 출전한 제7회 익산시장기 어머니 배구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준우승에 이어 이룬 짜릿한 쾌거다.

■엄마라는 공감대... 배구 인연 묶어

함열초에 배구팀이 결성된 것은 2005년, 학부모 체육대회에서 운동신경이 뛰어난 어머니 몇을 눈여겨 본 지도 교사가 배구부를 결성해 보자는 제안을 하면서부터다.

“처음엔 겁도 나고 세게 날아오는 공을 어떻게 막아낼까 걱정도 됐는데 한 번 뛰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온 몸이 땀범벅이 됐는데 그러고 샤워를 하고 나니까 너무 개운하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거에요.” 회장 황진선(48) 씨의 말이다.

이어 그녀는 연습 끝나고 차 마시고 밥 먹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들끼리의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이것이 배구에 더 깊이 몰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연습이 진행되는 날에는 선수 뿐 아니라 자녀들까지 체육관을 찾는다. 굴러간 공을 주워주기도 하고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도 잊지 않는다. 엄마를 따라 체육관을 찾은 전채원(12, 함열초 5년) 양은 “집에서 보는 엄마도 멋있지만 코트 위에서 날아다니는 엄마 모습은 더욱 멋지다”고 말한다.

■익산시의 코치 지원, 학교도 전폭적으로 도와줘
함열초 어머니팀이 각종 대회에서 명성을 떨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함열초에는 바닥이 마루로 된 체육관이 있는데, 이를 학교에서 기꺼이 이용하도록 해줬다. 또, 유니폼과 운동화 등을 지원하고 대회 출전 전에는 남자 교직원들이 팀과 시합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연습을 돕는다. 이광용 지도 교사는 “학부형들이 배구를 하면서 항상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아이들 정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두터운 선수층이다. 보통 어머니 배구팀은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경우에
가입해 활동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다른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함열초는 학교 규모가 크지 않고 지역 특성상 새 선수 확보가 어려워 현 학부모와 졸업생 부모 등 총 15명이 함께 뛰고 있다. 관록 넘치는 창단멤버들이 신입 선수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셈이다.

시의 탄탄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익산시는 체육회를 통해 12개 학교 클럽에 대한 무료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함열초는 3년 전부터 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1~2회 전문 코치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왔다.

■키 큰 엄마를 잡아라

후배 한 명을 모집하기 위한 함열초 어머니 배구팀 선배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일단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는 어머니들 가운데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사람을 찍어 둔 뒤 교사나 아이들을 동원해 적극적인 꼬드기기에 나선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깨진 꿀단지 위하듯이 잘해줘요. 공 맞으면 아프고 또 그쪽으로 공격이 가면 부담스러워 하니까, 공이 좀 적게 오는 곳으로 배치해 주고요. 어떻게든 붙어있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요즘 직장 다니는 엄마들도 많고 해서 후배 모집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성자·43)

하지만 팀원들은 일단 팀에 가입해 양 팔이 새파랗게 멍들었다 빠질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배구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며 관심 있는 학부모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함열초 배구팀은 올해 9월 익산교육장기 배구대회와 10월 세계로 종합건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배구와 사랑에 빠진 엄마들의 배구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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