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것은 없다. 태초부터 땅에 굳게 자리한 태산과 바위들도 지진이 나면 흔들리고 지상에서 수백 미터나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도, 갈대도 다 바람에 흔들린다. 지진도 바람 도 무언가를 흔들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다. 주어진 일을 할 뿐인데 주변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진과 바람이 언제 어느 곳에서 어느 정도로 다가오게 될지는 짐작만 할 뿐 그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러므로 모든 흔들림에 대비 하는 것은 삶에서 큰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어떤 형태로든지 흔들림을 삶에서 피할 수 없다면 그 흔들림에서도 의연하게 버텨낼 힘을 지녀야 한다. 그 힘은, 건물엔 튼튼한 기초요, 공직자에겐 법과 양심에 따라 행하는 바른 처사요, 농부에겐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요, 상인들에겐 속임이 없는 저울을 가짐이요, 정치인들에겐 거짓이 없는 참 위민이요, 언론은 진실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와 같은 것들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흔들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흔들림에도 무너지지 않는 바로 섬이 중요하다. 또한 흔들린 이후에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흔들린 것들은 대부분 원인이 지나가면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어느 것들은 심하게 훼손돼 본래의 모습을 잃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 기초와 소양이 부실해 처음부터 그 곳에 합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과 공명현상
문제는 흔들기의 강도보다 내부의 공명현상이다. 흔듦에는 묘한 타이밍이 있다. 흔들기가 공명이라는 것과 어울려지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남 파괴력을 낳는다. 미국의 타코마 다리는 풍속 70m/s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40년 당시 풍속 20m/s의 바람에 무너졌다. 이유는 다리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진동이 일정한 고유진동수를 갖게 되었고 이때 다리의 흔들림이 최정점에 도달, 바람과 다리의 고유진동수 일치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다음. 반바스텐) 그렇다면 검찰에서도 내부의 공명현상(혼외아들)만 아니면 곧 제 자리를 찾을 것이고, 조선일보는 근거 없는 흔듦으로 명예를 잃고 여느 선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주간지와 같이 3류 신문으로 취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진실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사건이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어느 한쪽이 극단적인 선택(사퇴, 극적인 합의, 자살 등)을 하는 경우에 그 일을 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은 검찰의 신뢰를 떨어드리데 한 몫을 했다. 지진도 바람도 자연현상으로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다르다. 짐승과 달리 이미 배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고, 사람은 자연과 달리 환경이 아니라 욕심에 의해서 상대를 흔들 수도 있다.
제발이건데 이번에는 이와 같은 일이 없이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은근슬쩍 덮는다면 진실도, 정의도, 민주주의도 대한민국에서는 찾기 힘든, 아마 사전적인 용어로 남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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