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병들게 하는 보편적 병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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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병들게 하는 보편적 병리 현상
  • 허성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0.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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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을 의사(擬死)의 상황에 몰아넣고 “죽어가는 의식의 로봇화”를 촉진하는 요인들은 너무나도 많다. 인간을 위한 조직이 조직을 위한 인간으로 타락한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수단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병리 현상은 특히 정치권을 비롯한 곳곳에 깔렸다.
 돈도 물질도 산업도 과학도 그렇다. 시민을 위한 민주 정부라는 것도 확실히 그 예외에 드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밀폐된 정신은 정신의 무정부 상태로 떨어져 가고 사상에 의한 결집보다는 이해 관계에 따른 결집이 두드러져 가고 있다.

 그 모두가 오늘날의 사회와 인간을 병들게 하는 보편적 요인들이다. 그 보편적 요인들은 또한 우리에게도 보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날로 뛰는 물가고까지를 소득의 증가에 포함하는 추세 속에서 국민 개인의 소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높아만 가고 있다.
 경제 성장이 구가 되는 산업화에 덩달아 경제적 ? 정신적 소외는 깊어지고 시민 사이의 단절은 가속하는 경향이다. 고 인구 밀도가 부르는 고학력 고 경쟁(高競爭)의 사회 추세 속에서 이웃을 돌아볼 겨를을 갖지 못한다. 그 마당에서 새로운 가치관의 구축이 따르기는 어렵다.
 그저 체념의 타성 위에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시민의 정의와 공정사회의 시비를 걸어 볼 생각조차 없이 의사(擬死)의 삶을 이어 갈 뿐이다. 구축하고 추구하는 것은 자아를 상실한 자아의 영달이라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는 시민 의식의 쇠퇴는 비단 세계적 보편성의 추세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나름의 특수성이 그 나름에 따라 우리 시민 의식의 특수한 쇠퇴를 결과했다고 말하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특수적 요인의 지적은 우선 민주적 경험의 부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옳을지도 모른다.
 식민지 시대의 수난은 시민 의식보다는 황국 시민으로서의 굴종을 강요했다. 광복 이후에도 그 시민의식의 일소를 위한 숙정의 결단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6. 25로 대표되는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은 끊임없이 국가 안보적 시대적 요청이라는 테두리 안에 발랄한 시민 의식의 성장을 가두어 왔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 선택적 결정에서 시민적 참여가 번번이 의미 없는 것으로 좌절된다는 경험의 누적을 가져왔을 뿐이다. 거기에서 소시민적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소극적 체념의 철학이 풍토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위 정치를 한다는 위정자들의 회포 아래 어차피 시민 의식의 발로가 중요한 결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때에 따라서는 자기 손실로 끝난다는 경험 위에선 허상의 이기주의와 참여에서의 도피주의가 씻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차라리 순진한 참여 의식이 저 돌(猪突)로 착각되고 시민운동에의 불참여를 자조적으로 합리화하는 일련의 풍토는 결코 까닭 없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민주 시민 사회를 개혁하고 공정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사회여(社會力)의 원천인 여론 또는 무력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립과 소외를 이겨내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힘을 사회역이라고 명명했던 토크빌(Tocqueville)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역의 원천은 여론이며. 그것은 민주 사회의 기본적이고도 원천적인 헌법적 사회 통제력이다. 사회 통제력으로서의 여론이 사회역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횡적인 유대의 통로 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가운데 개개의 시민 의식이 발휘되고 또 그것이 어떤 운동의 세력화 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국가안보를 비롯한 부정부패 척결 그리고 정치환경 오염의 추방과 새마을 정신 같은 질서를 위한 시민운동이나 소비자 보호 운동 등 일상적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법 제도의 규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그 수준을 능가하는 시민적 자유나 이익을 위해서 발휘되는 정치권이나 시민 의식 참여가 험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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