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맛들인 정부, 그리고 허리 휘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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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맛들인 정부, 그리고 허리 휘는 국민
  • 조병현
  • 승인 2013.10.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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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Usain Bolt. 이하 볼트)와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Wilson Kipsang Kipprotich.이하 킵상) 두 선수 중 누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볼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100m를 9초58만에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킵상의 기록은 어떨까? 그는 베를린마라톤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 3분23초 만에 완주했다. 그의 기록을 100m로 환산하면 어떻게 될까? 17초5다. 우사인 볼트와 얼마나 차이를 보이나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7초92다. 이정도면 킵상이 약 55m를 달렸을 때 볼트는 이미 100m 결승선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어림없는 속도다. 그런데 왜 필자는 이 둘을 비교해 보는 걸까?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달리기라는 게, 빠르다는 게 꼭 100m만이 기준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볼트가 마라톤을 한다면 9초58의 속도로 42.195㎞ 풀코스를 달릴 수 있을까, 킵상과 달렸을 때 그는 얼마 동안이나 앞서갈 수 있을까, 아니 그가 과연 완주를 할 수나 있을까? 혹시 그가 완주한다고 하더라도 마라톤의 결승선에 이르러서는 단언컨대 킵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속도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물론 위 질문에는 구간을 미리 정하지 않은 오류가 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국가라는 게 단순히 단거리가 아니라 기나긴 마라톤에 비유해본다면 오히려 빠른 것은 킵상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국가의 운영도 그렇다.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 같은, 아니 그 보다 더 기나긴 거리를 달려야 한다면 속도와 그를 유지하기 위한 지구력은 필수이다. 국가는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을 이어갈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국민과 이를 이끄는 대표가 있어야 하고, 이들이 달릴 수 있는 힘(지구력)은 바로 국가와 국민이 품은 꿈, 바로 비전이다. 따라서 국가의 비전은 중요하다. 국가의 비전은 그곳에 사는 국민이 함께 꿈꾸며 이룬다. 현대사회나 국가는 꿈을 쉽고 또 잘 이루기 위해 대표를 세우고 조직을 만들어 그들에게 위임하고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힘든 삶을 살아낸다. 그러나 문제는 위임을 받고 앞에서 일하는 자들의 능력과 자세다. 만약 이들이 일을 잘 못하거나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국민들은 크나큰 부담을 나누어지게 된다. 이 우려스러운 일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주 벌어져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현실의 압박 때문에 국민들은 두렵고 속상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인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재정이 부족하다며 축소의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이때 타이밍이 묘하게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되는 kbs에서 최근 기초노령연금을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여론조사를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더 끌어내겠다는 근거를 국민들이 낸 수신료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국민들의 곶감을 빼먹는데 잘(?)이용할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과 경차의 통행료 할인혜택을 50%에서 30%로 대폭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은 1년에 약 9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인상의지를 여러 번 밝혔고 실제로 자주 인상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더 인상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지난여름엔 전기가 부족하다며 절전하지 않으면 블랙아웃(대규모정전사태)이 올 수도 있다며 거의 매일 국민들을 협박(?)했다. 정부나 공사나 모두 경영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단 곶감 빼먹듯이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려 한다. 이것이 자기들에겐 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선택과 판단 때문에 국민들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는지는 것은 알 바 아닌 것이다.

■곶감만 빼먹는 정부는 비전이 없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는 속담이 있다. 곶감을 자꾸 먹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곶감을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달콤하다. 이 맛에 취해 자꾸 먹다보면 입안이 약간 까칠해지고 밥맛이 없어져 정상적인 식생활에 지장을 주어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부드러운 것만을 좇다보면 단단한 것을 꺼리게 된다. 더구나 곶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심해진다고 한다. 위 속담은 원래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아도 똥 눌 때 알아본다.’라고 한다. 곶감이 변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면 이런 속담이 있었겠는가. 위 속담에서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가르침은 무엇일까? 꾸지람이다. 옛날에 곶감은 집안에 제사나 명절에 맛볼 수 있었고,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벽장 깊은 곳에 두었다가 가끔 손자들에게 하나씩 꺼내주는 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곶감에 맛들인 손자들이 이를 아무 때나 꺼내먹다가 들통이 나면 많이 혼나곤 했다.
정부나 공기업들이 무슨 핑계를 대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더 많이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곶감을 앗아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곶감 빼먹기에 맛을 들인다면 국가도 정부도 국민도 비전이 없다. 결국엔 변비에 고통스러워하고 입맛도 잃고 시름거리다가 국민들에게 혼나기만 할 것이다. 볼트의 날아가듯이 뛰어가는 속도에 취할 일이 아니라 기나긴 거리를 쉼 없이 달려가는 킵상의 지구력(비전)이 필요하고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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