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연구소의 공모전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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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의 공모전 그 후
  • 장세진
  • 승인 2013.10.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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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에서 문예지도를 하고 있는 원로교사이다. 먼저 불과 9개월 만에 다시 이런 글을 쓰게 되어 심히 유감스럽다. 다름아닌 ‘애들 울리는 공모전’ 이야기다. 이렇게 나선 것은 아무리 언론을 통해 지적해도 개선은커녕 심화되고 있는 양상인데다가 “언제 발표하냐”며 따지듯한 제자의 독촉을 받아서다.
  잠깐 지난 해 사례부터 정리해보자. 가령 지난 해 ‘내가 꿈꾸는 미래녹색도시 공모전’을 주최한 녹색성장진흥원의 경우 처음 발표한다던 약속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두 번이나 미루었다.

  2011년 제천녹색세상이 주최한 ‘제7회전국자연사랑 생명사랑 시 공모전’ 역시 처음 발표한다던 약속을 두 번이나 미루었다. 지난 해 공모전에서도 당초 공지한 날짜를 어기고 10일이나 늦춰 발표한 바 있다.
  올해엔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거기에 가세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2013년 4월 2일자 한겨레 신문 5단 통광고를 통해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제2회 수기공모전’을 공지했다. 주제는 한국사회와 병든 마음, 기간은 2013년 4월 1일(월)부터 6월 3일(일) 18:00까지였다. 공모대상은 ‘공모전 응모자 누구나’였다. 당선작 발표는 7월중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7월 21일로 공모기간이 연장되었다. 익히 봐오던 공모기간 연장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10월 14일 현재 당선작 발표는커녕 어찌된 영문인지 홈페이지를 통한 사과나 양해구하기 따위 아무런 공지도 없다.
  그 기간이면 없는 당선작도 만들어낼 시간 아닌가? 필자가 지도한 제자는 그 글을 쓰는데 몇 날 며칠 매달려야 했다. 필자가 첨삭 등 지도한 횟수는 4회에 이른다. 혹 당선작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게 아니라면 “심사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음을 양지 바랍니다” 같은 안내라도 한번쯤 해줘야 한다. 그것이 응모자들에 대한 도리다.
  그러다보니 ‘병든 마음’이란 공모전 주제가마저 참 가소롭게 느껴진다. 병든 마음 치유는커녕 없던 병이 오히려 생길 지경이니 말이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그렇게 공모전 치르기가 힘에 부치면 대다수 응모자들 ‘쌩병’나게 하지 말고 내년부터는 행사를 접기 바란다.
  하긴 그것은 ‘제43회한민족통일문예제전’에 비하면 양반일지도 모른다. 민족통일전라북도협의회의 경우 지난 해 10월 5일 시상식 후 1년 넘게 지금까지도 2명의 수상학생 상장을 보내주지 않고 있다. 전화를 두 번씩 했는데도 그렇다. 과연 학생들에게 뭐라 변명해야 하는지 만천하에 답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앞으로 이런저런 공모전 주최측은 툭하면 발표연기 따위 공신력 잃는 행태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좋은 일 하며 욕 얻어먹는 것이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정 힘에 겨우면 개최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국민과의 공적인 약속이나 다름없는 무릇 공모전의 입상자 발표일은 꼭 지켜져야 한다.
  그 동안 주최(주관)측 홈페이지를 수없이 방문하는 등 시간낭비가 심했음은 물론이다.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에게 ‘쪽팔릴’ 일도 그렇지만, 불신마저 심어준다면 많은 돈을 들여가며 굳이 그런 공모전을 할 이유가 없는 게 아닌가?

/장세진 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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