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본업에나 충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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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본업에나 충실하세요
  • 장세진
  • 승인 2014.01.2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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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았다. 마치 선언을 빨리 하면 찜이라도 된다는 듯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무슨 놈’의 인재가 그리도 넘쳐나는지 즐거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판이다. 선거출마는, 계속 퇴보의 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니 각자의 자유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출마선언 등 아무 거림낌없이 지방선거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출마선언을 이미 했거나 출마 예정인 국회의원들 보도가그것이다. 심지어 각 당의 차출설까지 나와 이맛살을 더 찌뿌리게 한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중도하차하여 서울시장이나 도지사 출마하라고 당선시켜준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임기를 마치겠다는 18만 교총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의 공천 제의를 거절했던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이 떠오른다. 사실은 언론에 보도될 만큼 기사가치조차 없는 당연한 임기 수행이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안 회장의 불출마가 돋보인 것은 그렇지 않은 이들이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도의회 의원 등을 막론하고 도처에 있어와서다.

  가령 한국교총의 어느 회장은 임기중 홀연 국회의원으로 진출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을 당시 정동영 후보와 맞장뜰 정몽준 의원에게 내주는 ‘수모’까지 겪으며 건진 국회의원직이었다. 그런 당에 대한 충성 덕분인지 그는 19대 총선에서도 경남의 어느 지역구 공천을 받았고, 당선되었다.

  안 회장은 “교육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당 옳은 말이지만, 약속 지키는 일은 교육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염치를 알고 도리가 무엇인지 실천해나가는 일은 짐승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이다. 바로 ‘인간의 도리’이다.

  하물며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선출직 공직자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그런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친 후보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지자체장과 도의회 의원들을 들 수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뽑힌 그들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는데도 온갖 아전인수적 명분을 내세워 중도하차하는 행태를 보였다.
   더욱 가관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어긴 이들이 주요 정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신의없는 후보들의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개판’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의 없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내세운 정당이나 그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의 ‘개념없기’가 막상막하라 해야 할까!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는 반대로 그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창창한데도 ‘주제넘은 짓’을 벌이려고 한다. 주제파악을 못했든 어쨌든 총선에서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배신하려 하는 것이다. 당내 경선이든 본선에서 낙선하면 그들은 다음 선거에서 또 무슨 ‘대의’를 내세우며 유권자 앞에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할 지경이다.

  그렇게 정치를 해선 안된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인간의 도리를 중도하차하는 선출직 국회의원들만 모른다면 너무 슬픈 일이지 않은가? 결국 사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중도하차후 출마를 거리낌없이 ‘자행’하는 그들이 만에 하나 당선이라도 되면 서울시정이나 도정(道政)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멀쩡한 국회의원들이 떠난 지역구 보궐선거에 드는 막대한 비용도 그렇지만, 그들의 무지몽매가 정치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다. 끝내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국민이 ‘니들끼리 다해먹어라’하며 정치를 아예 내팽개친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 소름끼칠 일 아닌가?

/장세진 군상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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