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릉.미당 학생백일장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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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릉.미당 학생백일장 병행해야
  • 장세진
  • 승인 2014.11.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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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서울시 영등포구는 신문공고를 통해 ‘구상문학상’을 실시한다고 알린다. 본상 5,000만 원, 신인상 2,000만 원의 상금을 건 구상문학상으로 기억한다. 영등포구는 구상문학상에 이어 또 하나의 문인추모사업을 하고 있다. ‘구상한강백일장’이 그것이다.

  우선 일말의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 부러움은, 그러나 안타까움을 예비한 것이다. 이 지역에도 구상 못지않은 문단의 ‘거목’들이 있지만, 그들에 대한 추모 백일장 같은 걸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따위는 알 바도 아니지만, 그것이 돈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대표적으로 백릉 채만식과 미당 서정주를 들 수 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채만식의 경우 ‘채만식문학상’ 시상만 있을 뿐이다. 지난 10월 1일 제11대 수상작가(이시백)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 바 있다. 그 외 학생백일장이나 문학의 밤 같은 부대행사는 없었다.

  이에 대해 군산시청 관계자는 “채만식문학상에 관련한 예산이 의회에서 계속 삭감되는 등 너무 적어 어려움이 많다”며 “다음 해부터는 운영위원들과 부대행사 개최 등 연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주의 경우 매년 가을 미당문학제가 그의 고향 고창에서 열리고 있다. 이때 미당백일장도 열린다. 지난 10월 20일 백일장 예심 원고를 마감했는데, 참가비가 8만 원이다. 미당문학제의 하나로 열리는 ‘미당시인학교’ 접수비라지만, 사실상 백일장 참가비라 할 수 있다.

  필자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다녀본 바로는 전국 어느 문인추모 백일장에도 없는 참가비를 받는 미당백일장인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이라지만 그들 역시 참가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참가비를 8만 원이나 내야 하는 것이라면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문인의 순수한 추모사업은 아니다. 그를 활용한 ‘장사’라 하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미당문학제는 동국대학교와 미당시문학관이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이는 미당 고향의 지자체 고창군이 타지인에게 안방을 내준 꼴이다. 미당문학제 주최측과 협의하되 잘 안될 경우 고창군이 그것과 별개로 중.고교생 또는 고교생 대상의 전국백일장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채만식의 경우도 학생백일장 따위는 아예 없다. 앞에서 말한 대로 연중 소설가 1명을 뽑아 1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채만식문학상을 시상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채만식문학관과 미당문학관 세워진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 땅의 어느 추모문인 행사와도 동떨어진 ‘기이한’ 일이다.

  물론 채만식.서정주에게 흠절은 있다. 친일행적과 5공찬양 등 국민 정서상 결코 용서받기 힘든 ‘훼절’이 그것이다. 그러나 납.월북작가로 분류됐던 정지용, 그것도 모자라 김일성 밑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홍명희 등에 대한 추모사업도 해당 지자체 지원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극단적으로 공산당은 용서가 되고 친일파 등은 아직도 어림없는 수작이란 말인가? 그래선 안될 것이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 문학적 업적과 실책 등 그 공과를 낱낱이 가려 기리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화합이고 상생이다.

  무릇 학생 대상 백일장처럼 극대화된 문인추모 행사도 없지 싶다. 군산시와 고창군은 일부 반대 여론의 눈치에 매여 복지부동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전북이 낳은 채만식과 서정주 문학을 널리 알리는 것도 확고한 관광인프라 구축임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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