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제대로 주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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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제대로 주고 있나
  • 장세진
  • 승인 2015.02.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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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엊그제 신곡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신곡문학상은 고(故) 라대곤 소설가 겸 수필가가 쾌척한 재원을 기반으로 벌써 20회째 시상식을 치른 제법 유서깊은 문학상이다. 상금과 관계없이 수필쪽 문학가라면 전국적으로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 되었다해도 크게 시비할 사람은 없을 터이다.

  이로써 바야흐로 연말연시 시상의 계절은 마무리된 듯하다. 사실 ‘상의 홍수시대’라 할 만큼 각종 상이 넘쳐난다. 그것들을 보며 문득 “상이라는 것은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는 오래 전 SBS연기대상에서 이병헌의 대상 수상을 두고 드라마작가 김수현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던진 말이다. 자신이 극본을 쓴 TV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열연한 김희애가 대상을 받지 못하자 터뜨린 ‘울분’ 성격의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학상은 어떠한가? 출판사 주관의 문학상이 상업성 시비에 휘말린 건 오래 전 일이지만, 일단 TV 연기대상이나 각종 영화상보다는 자유로워 보인다. 특히 지방에서 시상하는 문학상의 경우 독자나 판매부수를 염두에 둔 문학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문제가 커 보인다. 얼마 전부터 필자는 도내 자치단체와 문학단체, 독지가나 문인 유족들이 제정.시상하는 여러 문학상의 수상자 명단을 정리해왔다. 그중 연륜이 오래되었거나 상금 규모가 큰 상 등 주요 문학상을 일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략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옛 전북문화상).전주시예술상(옛 풍남문학상).백양촌문학상.표현문학상.전북문학상.목정문화상.모악문학상.전북예술상(전북예총하림예술상).김환태평론상.작촌문학상(전북펜작촌문학상).전북해양문학상.전주문학상.군산문학상 등이 그것이다.

  그중엔 안타깝게도 지금은 없어진 상이 꽤 있다. 백양촌문학상.표현문학상.모악문학상 등이다. 또 전라북도의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이나 전주시의 ‘전주시예술상’처럼 공직선거법 운운하며 상금없이 달랑 상패만 주는 상으로 ‘전락한’ 것들도 있다.

  어쨌든 그 상들을 보면 대부분 받을만한 사람이 상을 받았다고 공감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수상도 있다. 방송사 연기대상이 공헌도나 시청률 따위가 아닌 연기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듯 문학상도 필력 내지 저술활동이 수상의 첫째이자 마지막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작가는 작품(집)으로 그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학상 수상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일부 상들이 시범을 보이는 셈이라고 할까. 작품공모로 수상자를 정하는 경우 그런 인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정도이다. 

  대개의 경우 투명하고 정확한 심사 기준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예컨대 ‘찾아서 주는 상’을 표방한 문학상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예비 수상자들의 작품활동을 시시콜콜 꿰뚫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테면 알음알음 개인적 친분을 통해 ‘그들만의 잣대’로 당해년도(또는 그 몇 년 전) 빼어난 공적의 수상자를 제한적으로 ‘재단하는’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제도적으로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결코 나이순이나 막걸릿잔 수로 정해지는 문학상 수상이 되어선 안된다.

  무릇 상은 누구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람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수상자로서도 티없이 기쁘고 내심 감격에 겨워 할 수 있다. 상을 받고도 못내 찝찝해하는 그런 시상은 없는지, 주최측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문학상은 과연 없는지, 다가올 ‘시상의 계절’을 위해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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