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지정 취소 논란②<인터뷰>홍철표 익산 남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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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지정 취소 논란②<인터뷰>홍철표 익산 남성고 교장
  • 투데이안
  • 승인 2010.09.0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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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교육청이 지난달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고시를 취소 처분함에 따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해당 학교법인은 법원에 취소 처분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하고, 처분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는 도교육청이 취소 처분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취소 결정을 내리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의 법정부담금 납부의 불확실성과 고교평준화에 미치는 영향, 불평등 교육 심화, 교육감의 재량권 등을 내세우며 조금도 물러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율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학교 측과 도교육청이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남성고와 중앙고 교장, 도교육청 대변인을 만나봤다. 다음은 홍철표 남성고 교장과의 인터뷰.

-도교육청이 자율고 운영에 관한 법정부담금 납부의 불확실성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의 재정 상태는 어떻고 부담금을 납부하는데 문제가 없는가?

"도교육청은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금 중 주식배당금 차지 비율이 높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취소 사유의 한 가지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주장이다. 남성학원은 토지와 현금, 주식배당금 등 총 71억 원 가량의 수익용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재산에 따른 한 해 수익은 2억6000여만 원에 이른다. 현재 자율고 지정에 따른 재단의 전입금 납부액은 한 해 2억3000만 원이다. 이미 수익용 재산에 따른 발생 수익금으로도 부담금을 모두 납부 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주식배당금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전체 재산 비율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남성학원의 재산 중 주식배당금은 전체의 23.6%에 불과하다. 배당이 문제된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전임 교육감도 확실히 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성학원은 우선주배당을 통해 기업이 어려워졌을 때 의무적으로 전체 주식의 10%를 우선배당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식의 배당금은 한 해 5000만 원 수준으로 현재 기본 재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한 해 수익 2억5000만 원에 20%에 불과하고, 재단 이사장이 현금 10억 원을 이미 출연해 부담금 납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남성고를 제외한 학교들에 필요한 부담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냐는 지적도 있는데….

"전국의 자율고 지정학교는 50개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입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는 학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같은 문제에는 정부가 입학금을 공립학교와 동등하게 받게 하면서 사학의 재정력이 악화된 것에도 근본적 원인이 있다. 또 한 가지, 중학교는 의무교육기관이다. 도교육청의 주장은 여러 가지로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자율고가 고교 평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율고 지정 후 남성고는 재단과 모든 교직원들이 합심해 명실상부한 지역의 명문고교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는 지역의 인재유출 방지, 기업유치, 인구 증가 등 다양한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남성고의 발전은 인근의 다른 학교들도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결과적으로 지역 학생들의 학력을 전반적으로 상향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여론 수렴에 대한 주장은 이미 입법 단계에서 공청회 등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학교운영위와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도 거쳤다. 여론 수렴을 어떤 방법으로 거쳐야 한다고 명시된 바도 없는데 이를 문제 삼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다."

-불평등 교육을 심화시킨다는 도교육청의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도교육청은 입학금과 수업료가 고액으로 경제력이 없는 학생은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율고 지정 기준과는 전혀 무관하고, 오히려 내신 성적 50% 이내 학생은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고, 합격 여부도 추첨으로 결정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빈곤가정과 사회적 배려자는 내신에 관계없이 20%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하게 돼 있어 오히려 평등 교육을 강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익산지역 중학교 학생 중 상위 50% 이내 학생이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볼 때 자율고와 일반고의 입학 기준이 무엇이 다른지 납득할 수 없다."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모르지만 이 문제는 상당 기간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단이 남성학원 인수 후 21년 동안 약 40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재단은 남성고의 명문화를 위해서만 자율고를 운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역의 다른 재단에도 자율고 신청을 요청한 바 있으나 이들 학교는 형편이 여유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남성고가 나서게 된 것이다. 익산에서 수도권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70~80%가 교육 문제를 꼽고 있다. 이제 이 지역에도 명문고가 우수 학생들을 육성시켜 더 이상 지역의 인재가 밖으로 유출되고, 교육 때문에 익산으로 이주를 꺼리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남성학원과 모든 교직원들은 명문고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교육감이 바뀌고 나서 도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재단에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대립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역의 발전과 학생들의 학력 신장 등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자율고 지정 취소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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