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구하던 응급구조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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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구하던 응급구조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 새 삶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0.11.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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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위급한 환자들을 소생시키는 일을 하던 한 젊은 여성 응급구조사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6명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회에 첫 발을 뗀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응급구조사 오혜정(22‧전주시 송천동)씨가 바로 그 주인공. 

기전여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김제의 한 병원에서 응급구조사 일을 해오던 오 씨는 일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들을 구하는 보람된 일에 종사했다.

하지만 오 씨는 지난 달 27일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있다 큰 부상을 당했고 인근 병원으로 급하게 옮겨 응급처치를 했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오 씨는 지난 달 28일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 뇌사판정을 받았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남동생과 생활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오 씨.

군 생활 도중 불의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오 씨의 동생과 어머니를 지켜보며 주변 사람들은 더더욱 안타까움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에도 오 씨의 가족은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일을 하던 응급구조사가 결국 떠나는 순간에도 만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 6명에게 새 삶을 주고 영면에 들게 된 셈이다.

오 씨는 심장, 간, 신장, 각막을 넘겨 주고 떠났다.

전북대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던 만성 신장질환과 각막 질환 환자 4명이 이식 수술을 받았고, 간과 심장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이 이뤄졌다.

오 씨의 어머니 조점례 씨는 “혜정이가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 같아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1만7,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해 뇌사 장기기증자 261명이 1,135명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났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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