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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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2.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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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설날 아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또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골망을 갈랐냐고? 아니다. 손흥민은 안타깝게도 1월 6일 첼시와의 리그컵(카라바오컵) 4강전 1차전 경기 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이에 대해선 따로 말하기로 하고, 한국 축구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새로 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2월 1일 밤 11시(한국시각. 이하 같음)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원정 경기(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시리아를 2대 0으로 이겼다. 후반 8분 김진수(전북 현대)가 헤딩골을 터뜨렸고, 이어서 권창훈(김천 상무)이 쐐기골을 넣었다.

8차전까지 무패 행진으로 6승 2무(승점 20)가 된 한국은 승점 9인 아랍에미리트(UAE)와 그 차를 11로 벌렸다. 3위와의 승점 차가 11이니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출전권을 따냈다. 현재 A조 순위는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이란(승점 22)이 1위, 한국이 2위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첫 출전이었던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포함하면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11개 회원국 중 한국에 앞서 10회 이상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는 브라질(22회)·독일(18회)·이탈리아(14회)·아르헨티나(13회)·스페인(12회) 5개국 뿐이다.
눈여겨 볼 점은 핵심 공격수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룬 7, 8차전 승리라는 점이다. 그 공백을 베테랑 황의조(보르도)와 신예 조규성(전북 현대)이 잘 메웠다는 평가가 많다. 1대 0으로 이긴 7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은 조규성이다. 황의조가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쇄도해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까지 한국축구 대표팀 전방엔 황의조 한 명뿐이었다. 2021년 9월 7일.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레바논과의 대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1월 15일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선 A매치 5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7차전에서 벤투 감독은 조규성과 황의조를 투톱 공격수로 내세웠다. 그게 적중했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 6차전에서 자기 입지를 확실히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종예선 5, 6차전엔 황의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조규성이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운 셈이다. 조규성은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5차전(UAE, 고양종합운동장) 1대 0, 11월 17일 치른 6차전(이라크, 카타르 도하)에서 3대 0 승리에 앞장서기도 했다.
특히 6차전 이라크와의 경기는 한국이 2012년 6월 8일 카타르전(4대 1)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 중동 원정에서 승리한 경기였다. 조규성은 최종예선 7, 8차전을 앞두고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꾸준한 경기력을 보였다. 권창훈외 백승호(전북 현대)·김진규(부산)·엄지성(광주)이 A매치 데뷔골을 작성했지만, 발군의 조규성이라 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A매치 5대 1은 최다골차(4골) 승리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2년 5월 16일 부산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3골차(4대 1 승)로 이긴 것이었다. 대표팀은 1월 21일 열린 몰도바와의 평가전에서도 4대 0 승리를 거두었다.
덩달아 벤투 감독의 입지도 견고해졌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3년 6개월째 한국 지휘봉을 잡고 있다. 종전 최장수 사령탑이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995일)을 넘은 역대 최장수 감독이다. 이 기간 벤투 감독은 2021년 한일전 참패(0대 3) 등 몇 차례 경질 위기를 맞았지만, 지도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가령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빌드업 축구’를 앞세워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41차례 A매치를 지휘해 27승 10무 4패(74골 25실점)를 기록 중이다. 벤투 감독은 “아직 모든 과정이 끝나진 않았지만,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긴 과정을 함께 한 선수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스태프, 특히 많이 고생한 두 명의 한국인 코치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모든 한국 국민께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3월 열리는 이란, UAE와의 9, 10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을 확정했지만, 허투루 치를 수 없다.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조 1위를 차지하려는 목표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FIFA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FIFA 랭킹이 높을수록 조추첨에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팀과 대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벌써부터 우리 대표팀이 3월에 열리는 9, 10차전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어떤 축구로 국민을 기쁘게 할지 기대가 된다. 마침 손흥민도 부상을 털고 한 달 만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으로 뒤숭숭한 시절이라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소식이 더 기쁜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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