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8년도에 익산시로 귀농해 청년꿀벌농부로 활동하고 있는 박넝쿨입니다. 귀농 과정과 그 가운데 경험해온 삶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청년꿀벌농부의 좌충우돌 귀농 살이라는 주제로 저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주도에서 귤도 따고 선별장에서 작업도 하며 귀농한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며 자신의 재능과 일을 병행하는 것을 보며 농촌에서도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 저는 농업과 저의 전공인 상담을 접목해도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됐고 이후 육지로 돌아온 다음 청년창업농영농정착지원사업이 처음 시행하던 홍보물을 보게 돼 구체적인 귀농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할아버지가 양봉하셨고 아버지도 젊은 시절 할아버지 밑에서 양봉업에 종사하셨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끊겨있던 가업인 양봉을 다시 잇는 3대째 양봉 농부라는 타이틀이 꾀나 매력적으로 보였기에 양봉업을 주 품목으로 해 사업 신청을 했고 1차 서면 평가와 2차 면접 평가까지 통과해 최종선발 됐습니다.
익산시에서 청년창업농 우수사례로 소개되고 여러 방송사에서 귀농 첫해부터 출연하며 소개될 정도로 상담하는 청년 농부가 주목받아 안정적인 성장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귀농과 동시에 위기 또한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다름 아닌 귀농 첫해에 이상기후로 인한 냉해 피해로 꿀 수확률이 급감했고 저는 귀농한 첫 번째 꿀 농사에서 대한민국 꿀 수확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카시아꿀을 한 방울도 맛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후에는 병충해 관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꿀벌을 많이 죽이기도 하면서 영농경험의 부족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톡톡히 배우게 됐고 특히 살아있는 생물을 관리하는 꿀벌 농사이다 보니 나의 무지함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이렇게 희생시킨다는 생각에 정말 많이 괴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귀농 3년 차에는 양봉장 인근의 과수농가에서 개화기에 뿌린 살충제 방제로 인해 한창 꿀을 수확하기 직전의 가장 왕성한 세력의 벌통이 직격탄을 맞아 폐사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하며 지자체 관리부처와 지역의 과수농가협회와 양봉농가협회의 등 관계 기관/단체들의 소통 창구를 열게 돼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자체의 상황 파악과 판단으로 과수농가와 양봉농가의 상생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됐고 친환경 살충제를 배급하는 지원사업이 새로 생기는 등 여러 대안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끊임없이 찾아왔고 지난해와 올해 전국적으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많은 양봉농가가 피해를 호소했으며 저 또한 피해를 받아 작년 가능에 벌통이 전멸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상기후와 꿀 수확량감소, 병충해 약품에 대한 내성과 농약 피해 등 끊임없이 양봉산업의 위기가 표면적으로 다가옴을 느끼며 좌절하고 또 좌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18개월 된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옛날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꿀벌이 생태계에서 하는 막중한 역할의 중요성과 더불어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다음 세대에게 크나큰 재앙을 물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청년꿀벌농부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며 이에 대한 의식의 전환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이후 무궁무진한 전라북도의 농촌의 가능성을 품목과 농업이라는 틀에 국한하지 않고 더욱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익산시의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과 함께 2022년부터 청년농촌활동가를 조직해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대표님들과 연계해 홍보를 돕기도 하고 농촌체험 자원을 개발하고 마을의 공동체 사업을 돕는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게는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거나 운영을 돕고 크게는 신활력플러스사업의 액션 그룹으로써 농촌활력지원센터의 파트너로서 함께 지역행사에 동참하고 홍보활동과 더불어 농촌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돕고 있습니다.
한참 노래를 한 곡조 부르시고 나서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으시고는 “내가 내난마을(익산시 성당면)로 시집온 지 50년이 넘었는데 오늘이 제일 즐겁고 행복하네요.”라고 말씀하시던 한 할머니의 말씀이 참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농촌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됐고 미약하지만 나와 다른 청년들이 함께 이 의미 있는 일들을 함께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에도 청년 농부 양성을 위해 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하며 청년창업농에 대한 설명과 안내,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법에 대해서도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돕고 있으며 청년창업농 사례발표를 통해 전라북도와 익산시의 청년 귀농을 독려하고 있으며 퇴직예정자나 귀농 예정자, 경력단절 여성과 청소년 양봉동아리 등을 대상으로 양봉 교육도 지속해서 해나가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 양봉장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또한 익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지역농산물 홍보를 위한 리포터 임무를 수행하며 귀농 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50여개의 농가를 방문해 다양한 농산의 생산과정의 일손을 도우며 영상 콘텐츠를 직접 제작했으며 청년농촌활동가의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농산물 온라인 판매를 위한 상세페이지 상품 사진 촬영 및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전공인 상담을 살려 청소년 일반상담과 귀농·귀촌 상담과 더불어 농업계열 학교 진로/창업 특강 및 농창업관련 강의와 더불어 창업 성공사례 강의, 비전 콘서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후계양성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귀농해서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닌 내가 자연을 닮아 땀 흘려 일한 만큼의 소출을 얻고 성과를 이루듯, 정직하게 터다지기를 해 전라북도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함에 있어 혼자 잘라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과 관심을 통해 가능했음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했었습니다. 덕분에 양봉은 위기이지만 매년 양봉 기술을 배워서 꿀을 수확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소비자가 내 노력을 인정해주며 상품을 만족함으로 계속 찾아주신다는 그 감격스러움이 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더욱 많은 농촌 현장을 찾아다니게 하고 그곳의 필요를 듣고 알아차리며 지역의 자원과 자원을 연계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농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 도시와 농촌, 모두가 살기 좋은 전라북도가 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앞으로도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