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첨단 한지 인쇄술로 175년 조선 역사원형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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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첨단 한지 인쇄술로 175년 조선 역사원형 되살려
  • 한종수 기자
  • 승인 2012.08.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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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태조~명종) 복본화 사업 완료

-조선 실록의 한지 물성 재현, 현대 첨단 인쇄기술로 제작 재탄생
-어진박물관 기획전시실 41일간 특별전시회 마련

우리나라 기록문화와 빼어난 한지의 우수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조선왕조실록 중 13대(태조~명종)에 걸친 614책이 복원돼 전주 한옥마을 어진박물관 특별전을 통해서 시민들을 직접 만난다.

이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1392년)에서부터 제13대 왕인 명종(1567년)까지의 175년에 걸친 우리나라 기록 역사를 당시 한지 물성을 그대로 살려 현대로 되돌려 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주시와 (사)한국고전문화연구원은 28일 임진왜란 때 침략전쟁을 피해 전주사고에 보관 중이던 조선왕조실록을 614책(태조~명종)을 다시 제작하는 복본화 사업을 4년여에 걸쳐 완료하고 이날 보고회와 함께 특별전시회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은 전주사고본 태조실록~명종실록까지 총 13대 국왕의 실록 806권 614책을 실록 제작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으로, 5만3,130면에 달한다.

실록 복본에 사용된 전통한지는 수매 방식에 의해서 총 3년 동안 24개 업체가 참여, 3만8,000여장에 달하는 한지를 사용했다.

완료보고회에는 송하진 전주시장을 비롯해 전주시의회 의원, 복본화사업 자문위원, 전통한지 제조장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본의 침략전쟁 속에서 실록을 지켜낸 조상들의 역사수호 정신을 되새기고, 현재 유일본으로 보존 중인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 복본 제작의 뜻을 함께했다.

송하진 시장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고난의 역사를 이기고 고스란히 전주에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전주가 문화중심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송 시장은 특히 “전주에서 편찬에 버금가는 복본제작을 마무리한 것은 한국기록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첫 걸음”이라며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조선왕조실록을 더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보면서 대한민국의 뿌리에 대해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복본화사업은 국내 전통적 기법으로 한지를 제작하는 한지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선왕조실록 복본에 사용될 한지 품질기준을 제시,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기준에 도달한 한지만을 사용해 마무리됐다.

이러한 전통한지의 생산은 기존에 자신들이 가진 기술에만 의존해 한지를 제작하는 생산방식을 품질기준에 맞는 주문 생산방식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는 향후 전통한지 표준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한지의 복원이 우리나라 전통한지산업의 고급화를 선도했다면, 복본 제작의 기술은 첨단 산업을 접목해 대중화의 길을 제시했다.

전통한지의 현대 인쇄산업에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고, 특히 전통한지를 이용한 고급 도서출판의 시장을 개척했다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문화재 복본 제작 측면에서는 박물관 전시용으로 한두 쪽만을 제작하는 방식을 탈피해 문화재의 이중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전통한지를 이용한 문화유산의 복본제작 시장을 크게 넓히는 계기도 만들었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 이후 초조대장경 복본 사업이 추진된 것은 고급화한 전통한지 제작기술과 전통한지 인쇄기술의 가능성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업이다.

(사)한국고전문화연구원 홍성덕 이사는 “조선시대 4대 사고와 조선후기 5대 사고의 역사수호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이후에 선조실록부터 철종실록까지 12대 실록도 모두 복원작업을 시행해 조선시대 전 시기의 실록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이사는 “이는 한지장인들의 지속적인 전통한지의 기술 표준 향상을 통해 전통기술의 유지 발전을 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세계기록문화유산의 이중 보존 측면에서도 역사를 수호했던 전주에 21세기 사고(史庫) 설치와 새로운 조선왕조실록의 보존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이루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21세기 전주사고는 국가 기록문화유산 중 유일본에 해당하는 예컨대 조선왕조의궤와 같은 문화자산”이라며 “21세기 기술과 전통을 융합해 새롭게 제작 보존할 수 있는 역사기록문화 메카 조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전시회는 ‘2012, 임진년. 1592년 그 역사수호 정신을 계승하다’라는 제목으로 이날 오후 3시 한옥마을 어진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문을 열고, 오는 10월7일까지 41일간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한종수 기자 hansowo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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