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은 죽어서 말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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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 말한다<2>
  • 안상현
  • 승인 2013.06.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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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너무나 피곤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후손의 도리를 다하는 것 같아 마음만은 새털처럼 가벼웠습니다. 정말로 조상의 영(靈)이 실렸는지는 모르지만 무속인의 몸을 통해 받은 메시지는 제 눈물샘을 다시 한번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나는 통에 내 아까운 생을 마감해야 해서 외롭고 슬펐는데 네가 이제라도 알아주니 여한이 없다. 이제 좋은 곳으로 갈 테니 걱정 없이 잘 살아가려무나.”
어찌 제 고모, 고모부뿐이었겠습니까? 국가를 지키다가 장렬히 전사한 이름도 남기지 못한 무명용사는 얼마나 많으며 남편을 전장에서 잃고 시신도 찾지 못하여 평생 가슴에 한을 안고 살아간 미망인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정작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고 넋을 위로하는 데 우리는 너무나 소홀히 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숱한 외침이 있을 때마다 초개(草芥)와 같이 목숨을 버리고 산화하여 조국을 지켜낸 선조들의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잊지 말고 더 강한 대한민국,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올해는 현충일이 황금연휴의 시작이라며 예년보다 공항과 유원지 및 유흥업소가 북새통을 이뤘다고 합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절반이 현충일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다고 합니다. 현충일이 그저 쉬고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공휴일 중의 하나로 인식되어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호국영령들이 얼마나 비분강개하실까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상기하고 조국 수호를 위해 산화하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 앞에 진심으로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의미 있는 현충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절대 안 되고 각계각층이 일심(一心)이 되어 나서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국가유공자를 예우하고 지원할 수 있는 각종 법안 제정·개정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교사들은 제대로 된 안보교육을 실시하여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투철한 국가관을 확립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방송인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순직한 이들이 그에 합당한 보상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홍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법무부 교정공무원으로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가겠습니다. 호국영령들의 충절과 희생을 기리다보면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입니다. 장시(長詩)이기에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구절만 읊어보겠습니다. 이 시를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드높여보시기를 바랍니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같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 지어 넘어진 내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로움을 위안해주지 않는가.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을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유쾌히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하노라.

안상현 법무부 광주교정청 전주교도소 교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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