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망하는데 오래 걸리는 이유
상태바
미국이 망하는데 오래 걸리는 이유
  • 조병현
  • 승인 2013.10.10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멕시코 국경의 의료행위와 선한 사마리아인

인류역사에서 망하지 않은 나라는 아직까지 없다. 수십 년이든 수천 년이든 다만 얼마나 오래 지속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 페르시아, 바빌론, 알렉산더제국, 진, 몽고 등도 역사로 기억될 뿐이다. 현대에 와서는 소련도 붕괴돼 그 반열에 올랐다. 다시 말해 영원한 나라도 제국도 없다는 역사적인 증명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나라들이 이 땅에서 명멸해 왔다. 그중 삼국시대에 삼국을 통일(병합으로 보는 견해가 더 타당)한 신라가 약 1,000년을 유지했고 고려와 조선이 약 500년 동안 유지했었다. 물론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조선의 경우엔 약 2,600년에 이른다고 보는 사학자들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얼마나 됐을까? 1774년 7월 미국이 나라를 세운지 240 여년이 지났다. 그럼 미국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물론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들은 역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의 흥망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게 됐는데, 그 추측의 대강을 요약하면 어느 한 나라가 붕괴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대지진, 대홍수, 질병과 같은 자연적인 대재앙이다. 인류사에서 재앙으로 어떤 문명은 전설로만 남아 있기도 하다. 둘째 외적의 침략에 의한 전쟁을 들 수 있다. 나라가 붕괴되는데 가장 많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수많은 나라들이 인류사에서 사라졌다. 셋째 내부적인 원인이다. 즉, 경제적인 파탄과 민심이반에서 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거나 안정되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장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생력을 잃은 나라는 쉽게 이웃나라에 속하게 된다. 중국의 역사에서 그 예를 만날 수 있다.

■강도만난 미국과 멕시코

성경에 선한사마리아인 비유가 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맞아 거의 죽게 된 채로 길에 버려졌는데, 마침 그 길을 지나던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으나 사마리아인은 그를 구해줬다는 애기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은 어떤 강도를 만났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등 금융위기와 건강보험개혁문제다. 금융위기가 시한폭탄처럼 심각한 문제지만 차치하고 이번엔 건강보험개혁문제만을 다뤄보자. 오바마 미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을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결과가 좋지 않다. 아니 실패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개혁을 위한 시도는 오바마가 처음은 아니다. 클린턴도 시도 했으나 극심한 반대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도 공화당과 기득권의 극렬한 반대는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를 지원했던 정치 명문가인 에드워드 케네디도 얼마 전 유명을 달리 했다. 큰 응원군을 잃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신용불량자들의 반 이상은 병원비를 못 내서 생긴 의료형 신용불량자들이라고 한다.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사회가 경제적 불안정과 기회의 불균형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사회적 불안을 초래-실제로 이문수 교수(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르면 무차별 강력범죄 같은 사회적 불만 표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하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신용불량자가 증가하면 일차적으로 개인의 경제활동이 제약되고 이로 인해 전체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또 금융회사는 자금회수가 되지 않아 경영이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도미노처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있다. 그런데 이때 멕시코가 나섰다. 국경근처에서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그래서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저렴하게 의료의 많은 분야에서 치료를 해주고 있다. 겉으로는 윈윈(Win-Win)이다. 멕시코는 병원이 활성화 되고 이에 따른 수익증가로 세수도 증가해 국가재정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과도한 의료비로 신용불량자들이 될 지경에서 해방되는, 그래서 미국의 사회와 국가가 그만큼 안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멕시코는 이렇게 미국의 숨통을 틔웠고 미국의 수명은 또 그만큼 연장되고 있다.  
그 강도 만난 사람은 사마리아인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사람들은 거기까지 기억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것 하나는, 강도 만난 사람은 선한 사마리아인을 만나 조금 더 생명을 연장했을 뿐 결국 죽었고 지금은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류역사에서 망하지 않은 나라는 아직까지 없다. 미국이라고 예외이겠는가! 의료보험의 불균형이라는 강도를 만난 미국이 오늘 멕시코라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만나 그 생명이 조금 더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조병현의 패러독스 이야기 ‘미, 건강보험개혁과 대한민국의 미래Ⅰ,Ⅱ’ 중 상당부분 인용)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