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사적인 영역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여기엔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생활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금기시되어 온 유교적 사회분위기도 한몫해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실무적으로 지켜봐 온 경험에 따르면 이를 방치할 경우 나아지기는커녕 상습적·주기적·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도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대물림되는 경향마저 있어서 가정폭력 행위자의 상당수가 과거 성장과정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였다는 사실도 자주 발견하곤 한다. 더욱이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잦은 범죄·일탈행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임중독’도 가정폭력 경험과의 상관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정폭력이 단순한 가정내 폭력문제에 그치지 않고 성폭력·학교폭력 등 각종 사회폭력 행위가 발생하는 온상 내지 시발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정부에서도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노력만으로는 가정폭력의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닌 사회문제라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피해자 역시 가정폭력을 당했을 경우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길만이 가정폭력 근절의 출발점이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