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차관' 박영준 관가 입성, 실세(實勢)? 실세(失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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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차관' 박영준 관가 입성, 실세(實勢)? 실세(失勢)?
  • 투데이안
  • 승인 2010.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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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개각명단 가운데 지식경제부 제2차관직으로 '박영준' 이름 석 자가 오른 뒤, 각계에서 인사(人事)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의원을 오랜 세월동안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실세답게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왕(王)차관, 실세차관, 귀빈 등의 촌평이 쏟아졌다.

현 정권의 실세 모임으로 불리는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핵심 인물인 박영준 차관은 정치권으로부터의 각종 이권 및 인사개입 논란과 공세를 뒤로 한 채, 예상을 깨고 과천관가에 입성했지만 그의 앞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산적했다.

일단 비(非)공무원 출신인 박영준 차관이 관가에 입성하자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처이자 정책부서를 지향하는 지경부 업무를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끌고 기대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그의 프로필만 봐도 짐작이 간다. 박 차관은 11년간 이상득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한 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의 부실장을 맡았다. 이후 2003년 민선 3, 4기 서울특별시장 직무인수위원회 위원, 2005년 서울특별시장 정무보좌역과 2007년 제17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 2008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전에 관료로서의 능력은 제대로 된 철저한 검증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중앙부처 차관으로 그의 능력은 사실상 베일에 싸인 셈이나 다름없다. 행정부처는 처음인데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부 부처에서 정책수립 과정에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전략팀장을 비롯한 '민간 대기업 9년 경험'을 내세우며 "해외 프로젝트를 관련 일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 총리실에서 에너지 자원 외교하며 큰 도움이 됐고, 옮겨갈 지경부에서도 업무 적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각의 우려를 잠재웠다.

물론 박 차관은 국무총리실 안팎에서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에너지·자원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가나를 비롯해 아프리카를 세 차례나 방문하는 등 자원외교에 앞장섰다.

이런 점을 염두해 관가에서는 2차관직에 발탁된 배경으로 자원외교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비중있는 인사라는 해석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인지 지경부 내부에서는 자원·에너지 개발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박 차관 역시 "에너지 자원 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프리카 중심 미얀마 등 많이 다녔다. 1년여가 지났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성과들이 좀 나오고 있다"며 "옮겨가는 지경부 2차관이 바로 그런 역할이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있고, 보다 박차를 가해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가는 밑거름을 닦아 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업무능력 못지않은 걸림돌이 정치권의 반발과 견제다. 박 차관은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과 함께 여전히 사찰배후의 '몸통'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 차관이 인사의 적절성 논란을 제기한 야권의 강한 반발을 뿌리치고 앞으로 차관직을 순탄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영포라인 박영준에게 검찰 수사의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인사"라고 비판했고, 민주노동당 역시 "엄연히 수갑차고 감옥에 있어야 마땅한 사람까지 차관급 인사에 포함된 것은 명백히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혹평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조차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정무적 활동이 불가능한 지경부에 박 차장을 배치한 대통령의 고심을 읽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로 걱정된다"고 우려했고, 정태근 의원 역시 "불법사찰의 배후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며 차관급(국무차장)에서 차관으로 승진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여당 내부에서조차 공개적으로 좌천을 거론하며 관가 입성에 대한 반대기류가 형성된 점을 감안할 때, 게다가 사찰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차관이 얼마나 자유로운 행보를 펼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대해 박영준 차관은 "세상에서 진실이 두 개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오해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밝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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