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소녀들, 입심도 '세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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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소녀들, 입심도 '세계 최고'
  • 투데이안
  • 승인 2010.09.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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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소녀들의 입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컵을 안고 당당히 개선한 한국 선수들이 재치를 십분 발휘하며 우승의 쾌거를 만끽했다.

최덕주 감독(50)을 위시한 선수단은 28일 오후 5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수들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미국을 거쳐 한국까지 지구 반 바퀴나 이어진 긴 이동 탓에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으나, 자신들을 마중나온 500여명의 가족, 팬, 취재진의 모습을 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KFA)장의 환영을 받은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자리에 앉은 선수들은 발디딜 틈 없이 자리한 취재진의 모습을 보자 처음에는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말솜씨를 뽐내기 시작했다.

'캡틴' 김아름(17. 포항여전자고)이 먼저 나섰다. 김아름은 이번 대회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이끌면서 팀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한국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한 주장이라는 새 역사도 쓴 선수.

김아름은 "(큰절 세레모니)는 8강전 뒤 내가 선수들을 몰래 불러모아 30분 간 의논 끝에 만들어낸 것"이라며 "처음에는 벤치에 절을 하려고 했는데, 중계 카메라에 대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국내에) 큰 화제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김아름은 "최 감독님은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처럼 온화하신 분이다. 훈련장에서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으셨다"고 추켜세웠지만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을 마친 뒤 많이 혼이 났다. 우리가 잘못했으니 당연한 것이기는 해도 좀 심하셨다"고 일침을 가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 김아름은 "지금과 같은 관심이 (여자축구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결 같기를 바란다"는 의젓하고도 뼈 있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U-17 여자월드컵을 통해 '얼짱선수' 계보에 이름을 올린 이유나(16. 강일여고)도 빠지지 않았다. 이유나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나카타 아유와 함께 빼어난 외모를 자랑해 팬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유나는 "인터넷을 통해 나를 얼짱선수라고 말해주시더라. 이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너무 이상하게 생긴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더라. (나카타와) 미모 대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다른 사진으로 바꿔달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페인과의 4강전 1-1 동점 상황에서 멋진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활 세레모니를 펼쳤던 주수진(17. 현대정과고)은 ൦분 회의 당시 선수들에게 내가 제안했던 아이디어"라며 "이후 내가 골을 넣게 되었다. 내 아이디어를 스스로 펼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막판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가는데 공헌한 이소담(16. 현대정과고)은 "다른 선수들이 중거리 슈팅을 많이 시도하길래 나도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임 없이 찼는데 막상 골이 들어가자 나도 놀랐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여 우려를 자아냈으나, 4강전과 결승전 골문까지 지키며 우승에 공헌했던 김민아(17. 포항여전자고)는 Ŝ강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고, 4강전은 정신이 없었다"면서 "결승전에서는 실수를 많이 했는데, 동료들이 잘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밖에 결승전 승부차기 마지막 골의 주인공 장슬기(16. 충남인터넷고)는 "이것만 넣으면 우승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있게 찼다. (골 성공 후) 동료들과 가족, 응원해주신 선배들이 생각났다"고 회상했다.

결승전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이정은(17. 함안대산고)은 "(승부차기에서) 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승부차기 승리 후 쓰러진 것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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