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동엽 父子, 아버지는 체코에서 아들은 예멘에서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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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동엽 父子, 아버지는 체코에서 아들은 예멘에서 일냈다!
  • 투데이안
  • 승인 2010.10.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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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체코에서, 아들은 예멘에서 일을 냈다.

여자농구대표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이호근 용인 삼성생명 감독(45)과 18세 이하(U-18) 청소년농구대표팀에서 주득점원으로 맹활약 중인 아들 이동엽(17. 광신정산고)의 상황이 그렇다.

이호근 감독과 이동엽은 요즘 뜨고 있는 대표적인 농구인 부자(父子)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 아버지와 향후 한국 농구를 이끌 재목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선수 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최근 나란히 겹경사를 누리고 있다.

이호근 감독이 코치로 있는 여자대표팀은 체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8강을 달성했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진 상황에서 얻어낸 최고의 성적이다.

아버지가 체코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동안 아들은 멀리 떨어진 예멘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동엽이 주전 포워드로 활약 중인 청소년대표팀은 제21회 U-18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내년에 열리는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따냈다. 2000년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할 기회도 잡았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소식만 접할 뿐 시간을 내서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부담을 주기 싫었고 어느 종목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인 농구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팀에 집중하라는 이유에서다.

이호근 감독은 "(이)동엽이 소식은 들었다"며 주위에서 누가 듣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그렇지만 동엽이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팀이 우선"이라며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항상 선후배들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생활해야 한다. 확실한 팀의 일원이 돼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더했다.

"지나친 관심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농구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도 했다.

이호근 감독의 부인이자 이동엽의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다. 지난 19일 U-18 대표팀이 예멘으로 출국할 때, 이동엽을 배웅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관심한(?)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이동엽도 "8강 목표 달성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아버지와 누나들의 기를 받아 우리도 우승하고 싶다"고만 말했다.

공교롭게 이호근 감독 부자는 10월 첫째 날과 둘째 날 나란히 경기를 갖는다. 여자대표팀은 1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간) 미국과 8강전을 벌이고 청소년대표팀은 2일 오전 1시 중국과 우승을 다툰다.

체코와 예멘.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무뚝뚝한 부자지만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아버지를, 아들을 생각하는 깊은 속내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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