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10주기]④ "성실과 신용, 실천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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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10주기]④ "성실과 신용, 실천의 리더십"
  • 투데이안
  • 승인 2011.03.1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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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계의 거목이자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특유의 성실과 신용, 실천적 리더십으로 사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복기되고 회자되는 인물이다.

그는 기업가로서 능력을 발휘해 현대를 창업, 한국 경제 발전의 끌차 역할을 수행했고 오늘날 현대를 국내 정상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그만큼 정 명예회장이 지난 반세기 넘게 펼쳐온 기업 활동의 성공요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정주영은 건강한 신체와 긍정적인 생활철학, 창조성과 혁신성, 결단력과 리더십, 성실과 신용, 강인한 정신력과 높은 성취욕구 등 성공한 기업가의 자질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속·정확한 결단력과 강력한 리더쉽

그중에서 경영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현대를 성장, 발전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속·정확한 결단력과 강력한 리더십이다.

항상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멀리 내다본 정주영은 주변 사람들이 매 사업마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진출을 망설일 때 과감히 승부수를 던져 일사불란한 리더십으로 전 임직원을 이끌었다.

그는 신속·정확한 결단력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현대의 모든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5년 국내 최초로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했고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해 1976년 국내 최초로 순수 국산기술의 '포니'를 개발했다.

1973년에는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 한 장과 울산 미포만 백사장 사진 한 장으로 세계 최초로 조선소 건립과 유조선을 수주해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3년 현대전자 설립이후 반도체, LNG선, 무공해자동차 등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에 나섰고, 1998년에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방북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해 남북화해와 이해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주영은 천성이 의지가 강하고 지혜로웠으며, 부모의 근검함과 성실함을 본받았다. 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워 세상의 이치와 사람으로서 도리를 깨우치기도 했다.

이런 정주영은 청년시절 서울 상경 이후 주경야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사업을 확대해 나가면서도 초지일관 성실함과 신용을 보여줘 주위의 신망을 쌓아갔다.

◇"기업인은 주판알 뒤엎고 일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령교 복구사업이다. 그 당시 극심한 인플레로 적자가 늘어났지만 정주영은 기업인은 '주판알을 엎고 일할 때도 있다'면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공사를 완료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용과 공신력을 쌓았다. 덕분에 현대건설은 이후 국내외 굵직굵직한 대형 공사들을 수주할 수 있었다.

정주영은 기업인과 노동자는 단순히 이윤과 임금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민족애적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역사적 사명의식을 고취시켜 나갔던 것이다.

또 하나 그는 자신을 성공한 자본가가 아닌 '부유한 노동자'라고 표현하며 항상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땀 흘려 일했다. 사막 건설현장에서, 혹한의 남극기지, 자동차 조립공장, 조선소 야드 등 국내외 어디서나 노동자들과 함께 하며 기업을 발전시켜 왔다.

땀 흘려 일한 뒤 휴식시간에는 근로자들과 대포 한잔을 하며 노래자락으로 서로의 고충을 달래며 자연스럽게 융화됐다.

이런 일상이 있어서 인지 정주영은 모든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가족들을 '한 솥 밥 식구'라고 표현한다. 젊었을 때는 체육대회 때마다 직원들과 직접 살을 부대끼며 씨름대회에 참가했다. 생전에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신입사원 수련대회에 꼭 참석했다. 현장에서 다져진 정 회장의 독특한 인간적인 매력이 그의 리더십 근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는 한번 사람을 신임하면 절대 버리지 않았으며, 언젠가 반드시 중용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좋아 능력에 맞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의 주위에는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를 위해 '충성'을 다했다.

정주영의 또 다른 리더십 비결은 '희망의 철학'이다. 이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요약된다.

사업을 확대하면서 '할 수 있을까?, 잘될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과 '잘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과는 추진력과 성취욕 면에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주영은 후자에 해당되는 대표적 인물이다.

정주영은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를 통해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나는 매사를 나쁜 쪽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느끼고, 그 좋은 면을 행복으로 누릴 수 있는 소질을 타고난 사람인 것 같다"며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표현했었다.

그는 가난한 농가의 맏이로 태어나 소학교 정도의 교육만 받았지만 언제나 행복하다고 생각했을 뿐 자신의 처지에 한 번도 실망하거나 좌절한 적이 없다고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건강에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근면함만 있으면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는 발전할 것이고, 모레는 분명 내일보다 한 걸음 더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행복했고 활기찼다."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에 한 획을 그은 사업가의 말 치고는 평범하다 못해 특별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말 속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원동력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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