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성 배 시인
조국과 자유 수호를 위해 싸우다가
이름 모를 고지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영령들이여
총성이 지난 자리에 뿌린 피
오래 간직한 녹슨 철모에 피우지 못한 꽃을 꽂아
다시 한번 당신들의 향기를 모으는 지금
내 형제였고 아들이었고 아버지였던 전우여
나라에 충성하고 평화와 자유만을 수호하려는 일심으로
단 하나의 목숨도 아깝지 않던 의지로
시체를 넘고 넘어 낮은 포복으로 고지를 향해
총구가 전선의 달밤에 불을 뿜었지
흘러간 유행가처럼 비탄에 젖어 묘비를 어루만지는 지금
다친 새 떼들 낯선 하늘을 날고 있다
하나의 돌이 되어 침묵하는 당신들
할 말이 너무 많아도 차마 열 수 없는 입
영원히 살아있는 당신들의 6월에는
숭고한 희생에 다만 고개 숙여 침묵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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