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띄우는 추모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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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띄우는 추모의 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6.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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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성 배 시인

 

조국과 자유 수호를 위해 싸우다가
이름 모를 고지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영령들이여

호국의 달 6월을 회고한 지 예순하고도 두 번째
총성이 지난 자리에 뿌린 피
오래 간직한 녹슨 철모에 피우지 못한 꽃을 꽂아
다시 한번 당신들의 향기를 모으는 지금
내 형제였고 아들이었고 아버지였던 전우여
나라에 충성하고 평화와 자유만을 수호하려는 일심으로
단 하나의 목숨도 아깝지 않던 의지로
죽어서도 오와 열을 맞춰 열병식을 하고 있다
시체를 넘고 넘어 낮은 포복으로 고지를 향해
총구가 전선의 달밤에 불을 뿜었지
흘러간 유행가처럼 비탄에 젖어 묘비를 어루만지는 지금
다친 새 떼들 낯선 하늘을 날고 있다
하나의 돌이 되어 침묵하는 당신들
할 말이 너무 많아도 차마 열 수 없는 입
영원히 살아있는 당신들의 6월에는
숭고한 희생에 다만 고개 숙여 침묵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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