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의 혼 ‘그곳에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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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인의 혼 ‘그곳에 살아있네’
  • 문공주 기자
  • 승인 2012.10.1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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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백제로 22km에 서려있는 백제 문화를 만나다

길은 풍경과 구부러짐을 거느리며 이곳과 저곳을 잇는다.

옛길과 길이 손잡아 만든 새길, 익산 ‘백제로’에는

과거 백제와 현재 익산의 모습이 날실과 씨실처럼 엮여있다.

감긴 실타래를 풀 듯 올 가을엔

그 길을 찬찬히 달려보자.

# 백제인의 편린이 켜켜이 쌓이다

익산시 팔봉동에서 웅포면까지 연결하는 백제로(지방도 723호) 22km가 9월 5일 완전 개통되었다. 왕궁리유적지와 제석사지, 쌍릉, 함열을 넘어 웅포, 금강, 입점리고분에 이르는 이 길은 백제인의 혼을 오롯이 어루만지며 익산의 현재를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백제는 비옥하고 너른 평야와 한강과 금강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화 예술을 꽃피웠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멸망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백제인의 영혼이 닿은 문화유산과 유적은 고도 익산의 품 안에 신비롭게 남아있다.

# 백제인의 왕궁터 베일을 벗다 - 왕궁리유적지, 제석사지

익산 금마에서 왕궁리5층석탑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 논 가운데 서 있는 고도리석불입상을 만날 수 있다. 약 200m 가량 떨어진 채 마주보며 서있는 두 기의 석불은 섣달 그믐날 밤 자정 옥룡천이 꽁꽁 얼어붙으면 서로 만나 회포를 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말엽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불은 보물 제46호로 지정돼 있으며 조선 철종 9년에 익산 군수로 부임해온 최종석이 쓰러져 방치되어 오던 것을 현재의 위치에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왕궁면 고도리석불입상을 지나 왕궁리유적지로 향하면 왕궁리유적전시관과 제석사지, 왕궁리5층석탑을 차례로 껴안아 볼 수 있다.

일명 ‘왕궁평성’이라고 불리는 유적지는 왕의 정무 공간과 생활공간, 후원 공간을 배치한 궁성유적으로 국보 제289호인 왕궁리5층석탑과 함께 전달린토기, 유리제품, 금제품, 대형항아리, 수부명 기와 등을 볼 수 있는 왕궁리유적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왕궁리 백제왕궁터에서 동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는 백제시대 1탑1금당의 가람배치를 한 백제 왕실사찰 제석사지가 있어 흩어진 백제인의 흔적을 어슴푸레하게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 사랑의 무덤에 꽃향기 흩날리다 - 익산 쌍릉

왕궁리유적지에서 덕기교를 건너 팔봉 산업도로인 무왕로에 접어들면 익산방향으로 오른편에 쌍릉이 자리하고 있다. 익산둘레길 한 구간이기도 이 길은 쌍릉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또 걸음을 인도하는 길잡이처럼 분홍, 하양, 자줏빛 코스모스가 일렬로 늘어서 수줍은 인사를 건넨다.

1917년 발굴조사가 진행된 익산 쌍릉은 각각 대왕릉과 소왕릉 두 능을 가리키는 것으로 백제 말 무왕과 선화공주의 능으로 추정되어 이들의 애틋한 사랑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쌍릉 옆 근린공원에는 벤치와 정자가 마련돼 있어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도 좋다.

# 가을풍경과 구부러짐을 거느리고 달리는 22km

쌍릉에서 팔봉 산업도로로 되돌아서 익산방향으로 100m쯤 가다보면 팔봉동 백제로 시작점에 닿게 된다.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통행이 많지 않지만 자전거 길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초보자인 경우 차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

백제로에는 익산시가 지난해부터 심어놓은 배롱나무와 철쭉이 도로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백일동안 꽃이 피고 진다는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는 벗을 그리워함’이다. 백제인을 그리워하는 듯 피어난 배롱나무의 작고 여린 꽃망울이 스산한 바람에 아련함을 더해준다.

백제로는 호젓한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거느린다. 신왕, 중왕, 오룡, 서두사거리 등 길마다 감나무와 대추나무, 또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벼이삭이 농촌 가을 정취를 물씬 전해준다.

갈산교차로에서 왼쪽방면으로 돌아들면 황등이지만 방향을 틀어 미륵사지로 접어들 수도 있다. 10km정도 달려 탑고지 교차로를 거쳐 금성교차로에 이르면 왼쪽방면으로 함라면에 닿게 된다.

함라면에는 전통 상류 가옥 양식을 보여주는 김안균?조해영 가옥과 함열향교, 함라마을 돌담길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점심은 오리주물럭이 맛있는 함라산황토가든이나 호수를 끼고 자리한 호수가든 등 숭림사 인근 어느 식당을 들러도 맛있게 해결할 수 있다.

# 비단강물에 녹아든 역사를 만나다 - 숭림사, 금강변자전거길, 입점리고분전시관
천년고찰 숭림사 오솔길에는 낙엽이 사뿐히 내려앉아 완연한 가을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벚꽃 만발한 봄과 여름, 겨울 설경도 멋지지만 숭림사의 가을 얼굴 또한 빼어나다.

옛 ‘익산군지’에 따르면 숭림사 보광전은 고려 충목왕 원년 행여선사가 선종사찰로 조성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 보광전(보물 제825호)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타버린 탓에 여러 차례 중수를 통해 오늘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숭림사에서 5km정도 북서쪽으로 달리면 웅포면 맹산리 웅포대교에 이르게 된다. 웅포대교를 넘어 서천을 거쳐 백제문화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부여까지 갈 수도 있다.

방향을 꺾어 코스모스를 벗 삼아 금강변포구자전거길로 달리면 웅포 덕양정에 닿게 된다. 서쪽하늘로 지는 아름다운 노을과 가을 억새, 그리고 철새들의 군무를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웅포면내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2km를 달리면 백제로 여행의 마지막 장소인 입점리고분전시관에 도착할 수 있다.

입점리 고분군은 백제시대 귀족의 고분으로 여러 가지 유형의 고분이 뒤섞여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고분안에서는 금동제 귀걸이 장식을 비롯해서 다량의 옥기 토기류가 발굴되었으며 전시관 안에는 인근에서 출토된 1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올 가을엔 두 다리, 또 두 바퀴로 백제문화유산을 가장 쉽고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익산 백제로로 나서보자./익산=문공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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