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문,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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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 비상구
  • 양승렬
  • 승인 2017.12.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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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소방서 방호구조과장 소방령 양승렬

화재는 1분, 아니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삶과 죽음의 경계가 나뉘고 화목한 가정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다. 일각천금(一刻千金), 극히 짧은 시간도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각종 소방시설과 피난시설, 화재예방이 잘 되어 있다면 일순간 화마가 닥쳤을 때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2015년 1월 10일,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화재로 인접 아파트 2곳과 주택 등에 불이 옮겨 붙었고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방대가 출동하였으나 아파트로 진입하는 골목이 불법주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이로 인해 초기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웃 건물로 불이 옮겨붙어 급속히 확산되었다. 소방관 약 160여명과 장비 약 80여대, 헬기 4대 등 투입되었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여러 가지로 꼽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비상구 폐쇄이다. 중상층 주민들은 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갔지만 옥상출입문이 잠겨있어 신속하게 피난하지 못하였다. 다행이도 아파트 주민인 진옥진 소방관이 기지를 발휘하여 기계실 창문을 통해 대피를 유도하여 많은 생명을 구하였다. 진옥진 소방관이 없었다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최근 안타까운 화재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12월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한 스포츠센터 복합건축물에서 인명피해 58명이나 발생했다. 현재 합동 조사반이 정확한 화재 원인과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문제점이 여러 가지 제기되고 있는데 그 중 치명적인 원인으로는 바로 비상구 폐쇄이다. 지하에서 발생한 불씨는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계단을 타고 빠른 속도로 건물 전체로 유입됬으며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여자 목욕탕의 비상구는 목욕용품과 잡동사니,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어 긴급 상황에서 무용지물이였다.  
위 사례로 보듯이 아파트 옥상 출입문이 잠겨 있거나 비상구 통로에 물건 등을 쌓아 놓는 등 피난 동선이 가로막혀 제대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파트 관계자는 옥상 출입문을 개방 하면 범죄 및 사고의 우려가 있어서 출입문을 잠가 놓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자칫 화재라도 발생 한다면 더 많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축법을 개정하여 2016년부터 신축되는 아파트에는 옥상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을 추가했다. 자동개폐장치는 평소 폐쇄된 출입문이 화재가 발생되면 연기와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개방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2016년 이전에 설치된 아파트는 개정 법령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항시 옥상 출입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유지하여야 한다. 더불어 아파트 관계자는 옥상에서 안전사고와 범죄행위가 발생치 않도록 관리에 힘써야 한다. 
비상구 폐쇄는 비단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다중이용업소에도 해당된다. 매서운 겨울 날씨 탓에 추위를 피해 불특정 다수인이 다중이용업소를 찾게 된다. 이런 때면 난방기기를 장시간 사용함에 따라 화재발생 위험도 높아져 자칫 화재가 발생한다면 장애물 적치 등으로 인한 비상구 폐쇄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생명을 구하는, 그야말로 생명의 문인 비상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영업주는 도난 및 보안을 이유로 비상구를 폐쇄 또는 통로에 장애물을 적재하여 비상구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모두가 감시, 감독하여 비상구가 폐쇄된 영업점이 있다면 관할 소방서에 신고해 주시고 영업주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져 비상구를 포함하여 소방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평소 관리에 힘써야 한다. 
소방서에서는 화재예방과 인명피해 저감을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적인 정책과 좋은 소방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 나가고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을 없애야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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