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한국, 역사도 성형하나
상태바
성형한국, 역사도 성형하나
  • 조병현
  • 승인 2013.12.05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인들은 한국을 생각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최근 미국의 CNN방송이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신용카드, 일중독, 성형수술, 소개팅 문화, 직장 내 음주문화, 스타크래프트 등 프로게이머 실력, 여성골퍼들의 선전, 항공기 승무원들의 뛰어난 서비스, 화장품에 대한 실험정신 등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어 그들의 날카로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특히 성형과 관련해서는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위해 의료여행(Medical tour)을 올 정도로 성형수술을 잘 하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전해, 우리나라의 성형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인기와 인정을 받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성형은 질병이나 사고에 의한 후유증으로 인해 생기는 인간의 여러 가지 장애를 성형이라는 방법으로 치료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의학으로서의 수단이다. 따라서 성형은 치료를 위해 사용될 때 그 진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성형의 주류는 치료가 아닌 미용에 있는 듯하다. 물론 미용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 그러나 턱이 각 졌으면 깎아내고, 쌍까풀이 없으면 만들고, 광대뼈가 튀어 나왔으면 그도 깎아내고, 코가 낮으면 높이는 등 개인의 욕심과 판단으로 더욱 많이 행해진다면 개성은 없고 비슷한 인조인간이 세상에 가득할 것이다. 직장에 가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시장에 나가도 공장에서 제품 찍어낸 듯 얼굴이 비슷한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이는 참으로 또 다른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원칙과 기준이 없이 성형이 만연해진다면 어쩌면 이와 같은 걱정이 상상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한국은 이 일에 중요한 기로에, 그리고 선두에 서있는 것이다.

 ■성형기술이 뛰어난 한국인, 영역을 역사로까지 넓히다

 1987년,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거치면서 큰 분수령이 있었던 해였다. 서울대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하다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경찰은 이를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사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곧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고 이 사건은 진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해 6월, 연세대생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희생되는 사건 등으로 인해 많은 학생과 국민들의 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6?29선언까지 이끌어내는 등 민주화의 큰 기점이었다. 이때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된 것 중에 하나가 당시 경찰의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을 도대체 얼마나 바보같이 여기고 기만했으면 그와 같은 표현으로 속이려 했을까? 그러나 다행히 국민들은 그 같은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고 민주화를 더욱 거세게 요구했다. 그 덕분에 오늘의 자유로움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란 표현은 국가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으므로 빼라며 수정명령을 내렸다. 역사의 명확한 일에도 정부가 성형의 칼을 들이대려는 허튼 수작은 성형한국의 진가가 매우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똥 묻은 개나 겨 묻은 개나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라는 말이 있다. 전장에서 오십보 도망간 군인이 백보 도망간 사람을 보고 비웃었다는 것이다. 이 고사의 핵심은 두병사가 전장에서 도망갔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속담이 있는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즉,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는 말(다음 국어사전)이다.
 역사를 왜곡하거나 하려는 나라가 우리만은 아니다. 역사왜곡의 더 선진국(?)이 있으니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은 임나일본부설,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조공설, 대한제국강제병합, 관동대지진, 위안부 문제 등 수많은 부분에서 역사를 왜곡하면서도 이를 사실인양 주장하고 또 교과서에 기록해 가르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에서 역사왜곡의 단면을 보인다. 즉,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이다.
 두 나라의 경우와 한국의 경우를 위 비유로 들여다 보건대 일본과 중국이 백보를 도망친 자와 똥 묻은 개에 해당한다면, 교육부는 오십보를 도망한 자요 겨 묻은 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오십보소백보는 고상한 표현이요, 역사는 일점일획도 왜곡해서 안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역사도 성형하려는 한국정부의 행태는 오히려 똥 묻은 개나 겨 묻은 개나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