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사과가 전부 아냐
상태바
‘현대문학’, 사과가 전부 아냐
  • 장세진
  • 승인 2014.01.09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과 성명으로 일단락된 듯한 ‘현대문학’ 사태는 씁쓸함과 함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2013년 이 민주주의의 백주대낮에 ‘박정희 유신’과 ‘87년 6월 항쟁’으로 인해 원로를 비롯 작가들의 청탁 원고가 게재 거부당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거꾸로 가는 이명박정권이 회자되었다. 출범 1년이 다 되어가는 박근혜정부는 ‘불통’을 아예 정당화하고 있다. 불통정권이라면 박대통령의 뿌리를 캐면 안된다. 사실 ‘알아서 기는’ 모든 비극과 희화는 박근혜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1987년 노태우후보를 당선시킨 잘못을 범한 이 땅의 국민들은 25년이 흐른 후인데도 박근혜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민주주의 발달과 국민의식의 성숙 따위는 그냥 문자로만 존재하는, 어느 지표에나 소용되는 것이었다. ‘현대문학’ 사태는 단적인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이 유독 씁쓸한 것은 일개 회사나 무슨 어용단체가 아닌 문학잡지의 행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5년(벌써 1년 갔다.)은 금방 가지만, 문학은 그후에도 계속되는 간단하면서도 상식적인 이치를 생각지 않은 우둔함에 있다.

  다음은 ‘현대문학’의 위상 때문이다. ‘현대문학’은 1955년 창간 이래 1988년 대한교과서(지금의 미래앤)가 인수한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58년간 세상과 만난 문학잡지다. 부침이 심한 문학지 시장에서 통권 708호(2013년 12월호 기준)까지 나온 건 차라리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것은 누가 뭐라해도 자본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대한교과서는 ‘현대문학’ 외에도 목정문화재단을 통해 많은 문화예술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방의 대학교에 발전기금 수억 원을 쾌척하는 등 고인이 된 사주의 장학 및 메세나 사업은 칭송받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로 문학을 욱죄려는 행태는 ‘현대문학’이 또 다른 권력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정권에서는 별 관심도 없는데(또는 없는 체하는데) 일개 문학잡지가 ‘알아서 기는’ 편집방향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의 상 반납은 뭣주고 뺨 맞는 격이 되어버렸다. 그렇듯 볼썽사나운 ‘현대문학’ 사태와 관련, 차제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2011년 목정문화재단 주최 전북고교생백일장에서 필자의 제자가 장원을 차지했다. 우수학교상도 받았다. 부상은 책 100만 원어치였다. 그 해에 신청 못하고 해를 넘겨 두 번이나 했는데, 책은커녕 지금껏 아무 답이 없다.

  지역 예술인들에게 시상하는 목정문화상도 그렇다. 수상후보자 추천을 받지 않는 것같은데도 수상자는 해마다 잘만 나온다. 면면을 보면, 그러나 지방에서 개최되는 상으론 꽤 많은 상금을 받아도 좋을 인사는 아닌 경우가 있다. 나이 순인지 업적인지 술깨나 마셔대며 다진 친목도모인지, 도대체 딱 부러진 기준이 없는 목정문화상이란 인상을 풍긴다.

  ‘현대문학’ 사태는 사과와 함께 편집주간을 비롯한 편집위원단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런 체질이라면 누가 편집주간을 맡아도 환골탈태되지 않을 것이다. 목정문화재단의 메세나 사업처럼 ‘현대문학’에도 자본의 힘이 끼어들어선 안된다. 한국문학 발전의 디딤돌을 놓을 뿐이라는 ‘현대문학’의 봉사와 희생적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장세진 군상여상교사·문학평론가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