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염전노예에 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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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인 염전노예에 관한 시론
  • 옥필훈
  • 승인 2014.04.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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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염전  o3伎예’, ‘외딴 섬 염전노예’, ‘전라도 섬노예’, ‘염전 노예’ 등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사건으로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이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남 신안군 염전 불법운영업체를 둘러싸고 ‘임금착취’, ‘노동착취’ 등 인권침해사실은 시각장애인 5급 김씨가 감시를 피해 이발소를 다녀오는 길에 몰래 우체통에 넣어 보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시각장애인 김씨는 영등포 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중 2012년 7월 4일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의 사술에 빠져 전남 신안군 홍모씨의 염전에 팔려간 이후 2014년 1월 24일 경찰에 구출될 때까지 1년 6개월 동안 무임금으로 노예처럼 일했다.

 

2012년 8월 염전 탈출을 시도했지만, 발각되면서 심한 폭행을 당했다. 그 후 김씨는 하루 5시간의 수면도 취하지 못하고 여름에는 염전에서 소금내고, 막노동 등 여러 가지로 일했고, 가을에는 벼농사 등 각종 일을 해왔다고 편지에서 진술하고 있다. 현재 홍모씨 등은 영리목적 약취유인죄 및 폭행죄 혐의로 수사중에 있다.
 

그나마 시각장애인이라 보고 느낀 점을 편지에 표현되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 중에서도 다른 유형의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이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대사회에서는 사회적 생산의 기초는 주로 노예의 노동력이었다. 대규모의 노예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로마의 사회에서도 노무의 공급자는 주로 노예였다.
 

당시의 고용계약은 노예에 의한 저급의 노무(operae illiberales)를 객체로 하는 노무의 유상대차었다. 근대에는 모든 개인을 자유로운 인격자로 인정하는 사적 자치 내지 계약자유를 그의 근본원리로 삼아 스스로의 의사에 반해 노동을 강제당하지 않고, 노동하는 데 선택의 자유와 내용결정의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노동자의 사람다운 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조건의 주요사항에 관해 최저한도의 선을 긋고 그 이하로 내려가는 계약조항의 효력을 부인함으로써 노동자의 지위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현대판 염전 섬노예계약은 고대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위의 김씨 사례의 경우, 2012년 7월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우연히 만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씨의 사술에 넘어가 홍모씨에게 100만원에 팔려 노예로 부리고 감금하고 폭행 또는 학대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월급은커녕 하루에 2끼 정도 식사를 하는 정도의 대우라면 고대보다 못하지 않는가?
 

전북 익산의 경우에도 지적장애인 A를 18개월동안 축사 컨테이너에 가두고 폭행하면서 임금을 착취한 유사한 사례가 있다. 필자는 위의 사례를 분석하여 사회적 정의와 장애인복지라는 관점에서 정책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법적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다’고 하고, 동법 제2항에서는 ‘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밖의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며, 동법 제3항에서는 ‘장애인은 장애인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88조 제1항에서는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고, 동법 제2조에서는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는 이와 같은 헌법의 규정과 그 정신으로 분석해 보자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그 흐름 속에 인간에 대한 생존권을 전혀 보장받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애유형에 따른 개별적인 의미와 책임있는 처우를 저버리는 불법적인 형태라고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위의 사례와 유사사례를 지켜볼 때, 먼저 국가, 지자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공공서비스정신과 배려가 먼저 전제시 돼야 할 것 같고, 특히 지역여건과 상황에 맞게 장애인 직업교육, 장애인분류에 따른 새로운 직업군과 분류체계의 개발, 장애인에 대한 인권예방교육, 장애인고용 전문상담원 및 장애인고용전문센터의 확대 등이 필요로 할 것이다.
 

따라서 가정, 학교, 기업, 종교, 정부 등 각 부문에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등 직무능력에 맞게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보수와 대우를 해주는 사회풍토가 명확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담론은 현재까지 장애인을 과보호하거나 특별대우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이 당당한 인격자이자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반 사회 속에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의 유무에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권리와 의무를 실천할 능력이 있는 평범한 인간으로 인식되어져 궁극적 목표인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이루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말하자면 장애인복지인 것이다.

 
/옥필훈 전주비전대학교 아동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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