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넘나드는 허술한 방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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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넘나드는 허술한 방공망
  • 신영규
  • 승인 2014.04.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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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일이다. 평상시 철저한 대비 태세로 안보에 대한 걱정 없이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의 책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태를 보고 이를 대처하는 우리 군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이런 당연한 명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알고나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문제점 투성이다. 늑장 대처와 은폐 의혹도 모자라 후속 대응조차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래서야 어찌 안심하고 군에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북한의 소형 무인항공기 2대가 지난달 24일과 31일 경기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데 이어, 6일 비무장지대(DMZ)와 100㎞ 넘게 떨어진 강원 삼척시에서도 추락 상태로 발견됐다.

북한의 무인기가 오래 전부터 예상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 우리 군과 주요 시설의 동태를 살핀 것이다. 심지어 북한의 무인기가 청와대 앞마당까지 와서 사진을 찍어갔다는 것은 주인 있는 집에 도둑이 들어 버젓이 안방 장롱을 다 뒤졌다는 것이다. 그간 북한이 공언해 온 ‘청와대 불바다’ 운운이 단순한 공갈협박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 도발이 청와대 상공까지 이르렀지만 군과 정보당국은 애초 북한 용의점이 없다는 발표까지 했다. 

파주 추락 무인기의 대공용의점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를 군은 깔아뭉갰다. ‘내비게이션 지도 제작용 또는 동호회가 날린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물체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하다던 사진은 일주일 만에 ‘위성보다 훨씬 자세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사진이 둔갑술이라도 쓴다는 말인가. 해상도에 대한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도 다르다. 여기다 이번 무인정찰기의 발견은 모두 민간인 신고로 알게 됐음을 감안하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하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군 주요시설을 정찰해온 점을 생각하면 우리 군의 허술한 방공망에 분노가 치민다. 특히 파주 무인기가 훑고 지나간 ‘서울~파주’구간은 전쟁이 터졌을 때 북한군이 탱크 진격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통일로(국도 1호선)와 닿아 있다. 백령도 무인기가 감시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도 북한 도발을 1차 저지하는 해병 부대가 주둔한 곳이며, 6일 무인기 추락이 확인된 삼척 인근은 북한군 특수 부대와 남파 간첩의 해안 침투를 막아내는 우리 육상 부대들이 촘촘히 배치된 동부 전선의 요충지다. 이런 주요 군사시설이 한꺼번에 뚫렸으니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삼척 인근의 경북 울진군 원전을 겨냥했을 가능성이다. 최초 신고자 진술에 따르면 이 무인기 카메라에 들어있던 촬영사진 메모리칩에 삼척 하장면 숙암리 ‘광동호’ 해안가의 풍경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인근 원전도 촬영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미 공군이 레이더를 피해 활주로를 폭격하고 귀환하는 훈련이 이뤄지는 ‘필승사격장’이 인근 영월군 상동읍에 위치해 이를 촬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들은 이 무인기가 지난해 10월 추락한 만큼 그 이전과 이후에 동일 기종의 무인기가 인근 지역에 출몰했을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군은 매년 정기적으로 테러에 대비해 울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대테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만약 이 무인기가 울진 원전을 자폭 공격했다고 치자. 그로 인한 방사능유출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행할 것임은 불은 보듯 뻔하다. 

실제 북한 무인기는 작전 반경 600∼800㎞에 자폭형 공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물론 대한민국 주요 시설이 모두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생각하면 전율이 오싹해진다. 

막말로 지금까지 북한 대비 천문학적 국방비를 쏟아 부으면서 이런 기본적 사항도 처리 못하고 있었단 말인지 정말 한심하다. 한마디로 철밥그릇 기득권 자리보존에 세월만 낚지 않았나 싶다. 적군이 침투해도 눈만 굴리고 허구 한날 침투하면 100배 응징한다는 썩은 소리나 하고 있는 군. 이제 국민도 그런 말 안 믿는다. 군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북한의 무인기가 제집 안방 드나들 듯 해도 까맣게 몰랐던 허술한 방공망을 바로 세우고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무인기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신영규 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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