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오월의 보리밭, 왁자지껄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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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오월의 보리밭, 왁자지껄 추억여행
  • 김재복 기자
  • 승인 2014.04.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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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군산꽁당보리축제(5.2~5.5.), 마한인의 신명 잇는다

삼국지위지 동이전의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 (전략)....해마다 5월에 씨뿌리기를 마치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떼를 지어 모여서 밤낮으로 노래와 춤을 즐기는데 그들의 춤은 수 십명이 일어나 뒤를 따라가며 땅을 밟고 구부렸다 치켜들었다 하면서 손과 발로 서로 장단을 맞추는데 10월에도 이렇게 한다.”

군산꽁당보리축제는 우리 옛 조상들의 춤사위를 보는 듯 그 흥겨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축제다. 바닷가 평평한 너럭바위 위에서, 강가 모래톱에서 우리는 농사의 시작과 끝을 흥으로 알렸다. 축제에 참여하는 농업인들을 보노라면 마치 마한사람들의 신명이 다시 살아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군다나 보리는 우리민족과 늘 함께 해온 작물이다. 그래서 꽁당보리축제가 사람들에게 정겨움을 주는 축제라는 말은 더 이상 군더더기가 아니다.

마지막 홑 나이가 된 축제

이런 보리로 시작된 축제는 이제 아홉 살이다. 오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미성동 주민자치센터 앞 보리밭에서 어김없이 풍장놀이로 축제를 시작한다. 지난해 15만 7천명이 축제장을 다녀갔다. 이제 꽁당보리축제는 그 축제의 정체성을 명확히 그려내고 있다. 남녀노소의 동락의 장이기도 하지만 농촌체험을 컨셉으로 한 젊은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참여하는 젊은 축제이다. 또 하나는 보리를 테마로 한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농가들이 개발한 보리 관련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볼 수 있는 안테나숍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까지 보리순차, 보리떡, 보리빵, 보리막걸리(맥걸리), 보리한과, 보리식혜, 보리커피 등 그 수효는 해가 거듭 될수록 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군산꽁당보리축제는 군산맥류산업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 흰찰쌀보리를 자원화하는 향토사업(2011~2013, 38억원)을 낳는 산모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보리진포”브랜드 개발로 이어졌다.

미성농업인 그리고 지리적표시등록 제49호

돌이켜보면 축제를 시작할 즈음인 2005년, 농협을 통한 보리수매가 2012년 중단될 것이고 연차적으로 수매량도, 수매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방침이 전해지면서 농업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해마다 수매하는 메보리의 재고가 5년 동안 쓰고도 남을 양이 남아있던 터라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농업인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앞으로 7년 안에 농업인들은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그 당시 찰보리시장이 열리기는 했지만 아직은 웰빙열풍이 불기 전이라 급격한 재배면적 확대는 가격하락과 재고 누적을 부채질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과 타지역에서 찰보리시장에 가담할 것으로 우려가 되는 상황에서 대안 마련을 더디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성농업인을 중심으로 들고 나온 대책이 꽁당보리축제였다. 그 이유는 축제를 통하여 군산찰보리가 일조기간, 토양, 등숙기 기온에서 타지역과 차별되며 그러한 요인들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보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크게 작용하였다.

“조선시대부터 옥구현 보리하면 임금님 진상품(한국지리지총서 읍지편)이었다.”

전국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생산량을 자랑하면서 해풍을 받은 군산찰보리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에 그만이었다. 축제를 시작하고 2년 후부터 미성동 일대에는 직거래 농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리 수확철부터 한, 두달 간 농가당 1천만원에서 8천만원까지 쏠쏠한 수익을 챙겼고, 인근 회현, 옥구, 옥서, 대야지역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보리로 쌀농사만큼 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농업인의 변화와 달라진 시장의 호응은 2008년 “대한민국 지리적표시등록 제49호”, 2008년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에 기여하여 군산이 찰보리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보리에게 던지는 화두

1995년 군산시 옥구읍에서 한 필지(0.4ha)로 시작된 찰보리재배는 대한민국 찰보리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고(1996년) 그 면적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2011년에는 1,910ha, 금년에는 2,760ha까지 늘어나 전국재배면적의 50%이상을 점유함으로써 군산흰찰쌀보리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찰보리의 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작한 ‘군산꽁당보리축제’는 그 동안 보리홍보행사에서 벗어나 모두가 참여하는 ‘도농화합형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방문객들은 한 나절 청보리밭에서 추억을 되새기다가 지치면 보리밥, 보리떡, 보리빵, 보리인절미, 보리돈가스로 요기를 채울 수 있고, 농익은 분위기에 흥이 난 사람들은 보리밭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여 보리커피를 마시며 아이들 체험를 보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거기에 기우는 봄볕 아래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동무들이랑 교복입고 사진 한 컷 찍거나 보리피리로 휘휘 불어대고 나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축제이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것은 꽁당보리축제, 찰보리산업에 대한 접근방식의 전환이다. 지난 20년동안 군산 찰보리산업은 변화가 필요하였고 그런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맥류 6차산업산업’으로 범주를 넓혀가게 된 것이다. 꽁당보리축제도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금년 축제장에 와보면 확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0월에 파종한 ‘영양보리’는 군산찰보리산업이 맥류 6차산업으로 전환한다는 상징적인 변화이다. ‘맥류 6차산업’이라 함은 청보리부터 일반보리, 겉보리를 모두 산업화하겠다는 것이며, 당연히 군산꽁당보리축제도 찰보리축제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숙제

군산은 다시 길을 만들고 있다. 우선은 외연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고, 그 다음은 세부 실천계획이 필요하다. 농업인의 소득과 연계한 찰보리사업, 청보리사업, 틈새시장에 맞는 겉보리사업과 일반보리사업, 가양주로서의 하우스맥주사업 등 다음 10년을 짊어질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업들이고 가까운 미래에 시장의 트렌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대한민국 찰보리시장을 우리가 만들었으니 그 숙제도 우리의 몫일 터이다. 군산꽁당보리축제처럼 차곡차곡 우리의 이야기를 채워가면 된다. 그것이 군산꽁당보리축제의 정신이기도 하다.

“오라! 오월의 보리밭, 왁자지껄 추억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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