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새와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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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새와 새정치
  • 이동우
  • 승인 2014.08.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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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정치포럼 대표/정치학박사 이 동 우

히말라야 깊은 골짜기에 산다고 알려진 ‘한단새’의 전설이다. 한단새는 평생 집이 없이 산다고 한다. 밤이 되어 혹독한 추위가 몰려오면 몸을 움츠리며 다짐하기를 ‘내일은 꼭 집을 지어야지, 꼭...’ 그러나 날이 밝아오고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면 그 생각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단새는 평생 집이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이 한단새와 많이 닮았다. 필자가 잠시 모셨던 윤여준 전 장관이 한 말씀이 기억난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예상 못하는 상황에서 맞을 수 있다. 뺨을 맞으면 소리만 요란하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급소를 맞으면 소리는 작아도 죽을 수 있다.’

 

겉으로는 아직도 국회의원 130석을 확보하고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이번 보선의 참패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급소를 맞았다. 잘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보선 패배의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하지만, 정치리더십이 부족한 김한길·안철수(이하 김·안) 공동대표의 꼼수도 참패이유 중 하나이다.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증명하는 예가 있다. 1990년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주장하며 13일간 단식투쟁으로 지방자치 실시를 관철한 김대중 총재가 이끈 ‘평민당’의 국회의석은 고작 71석이었다. 상대 여당 ‘민자당’은 218석이나 되었다. 필자도 지구당에서 농성에 동참하여 잘 안다(그 후 지방자치가 실시되어 지방에서도 출세한 사람들이 많지만, 속담에 ‘길 닦아 놓으니까 ○○○○가 먼저 지나간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간의 진정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정당이 당시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새정치국민회의’(약칭 국민회의)이다. 놀라지 마시라. 이른바 ‘DJP연합’으로 정권을 교체한 ‘국민회의’ 국회의석은 97석이었다. 97석으로 김대중은 정권을 잡았다.

 

이제 국회의석 130석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있지 않나. 국민들은 이런 거대 의석을 갖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되어 지난 4개월동안 한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등에 대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를 보면, 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짜증만 더했을 뿐이다.

 
 김·안 공동대표가 이번 보선에서 부린 꼼수는 이것이다. 자신들의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한 천정배 전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무리하게 권은희와 기동민을 전략 공천한 것이다. ‘호남정치 복원’을 주장하는 천정배가 광주에서 원내에 진입하면, 김한길의 입지가 불안할 것이고 박원순의 사람 기동민이 호남에서 원내에 진입하면, 다음 대선에서 박원순과 경쟁해야 하는 안철수는 자신이 호남에서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박원순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결과가 되니 찜찜했던 것이다.

 

그 결과 ‘권은희’만 국회의원이 되었고, 새정치민주연합과 김·안은 골병이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대책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대위가 내년 정기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비대위는 비정상 상황을 정상 상황으로 바꾸는 기능을 하고 끝나는 것이다. 6개월 이상 가는 비대위는 비대위가 아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입만 열면 국민들에게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선거 때 공천하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연민을 느끼게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그러고는 선거에서 지면 비대위를 만들고, 선거에서 이기면 다시 계파싸움과 자신들의 이권에 만 관심을 두고 이전투구 하는 모습이 ‘한단새’와 많이 닮지 않았나.

 

한단새가 평생 집 없이 살다가 죽는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도 평생 집권 못하고 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공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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