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韜光養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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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韜光養晦)
  • 이동우
  • 승인 2015.01.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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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정치학박사 이 동 우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흐르는 시간을 나누어 사용했다. 이렇게 구별된 시간 가운데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버거운 2014년이 지나고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한 언론사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진단하고 전망하기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우리 사회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 결과, 응답한 전문가의 85.3%(87명)가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은 14.7%(15명)에 불과했다.

 

즉 전문가 10명 중 9명가량은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새해에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여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같이 솟아오르는 나라에 대한 기대는 애당초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위의 전문가들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두 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더니 65.8%가 ‘빈부격차 심화’를 첫 번째로 꼽았고, 두 번째로 35.5%가 ‘실업·고용 불안정’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전문가들 역시 일반 국민들과 생각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우리나라의 GNP(국민 총생산)는 67달러였다. 이 GNP가 2013년에는 26,400달러가 되었다. 400배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돈은 넘치는 세상이 되었는데 사회는 참 불공평하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수렁에 밀어 넣고는 경쟁에서 이겼다고 환호한다. 온갖 범법(부정부패, 권력유착, 각종 탈법, 갑의 횡포 등)을 자행하고도 죄책감 없이 오히려 당당한 족속들을 접하면 그저 참담하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재산의 대물림, 학벌의 대물림, 거기에다 신분의 대물림까지 당연시하는 일부 천민(賤民)자본주의자들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나 위정자가 백성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차고 넘치도록 풍족한 부자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가난하지만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는 국가의 분배가 최소한이라도 공평한가 이다.

 

중국 남송(南宋)시대 유학자 육상산(陸象山)은 ‘백성은 빈곤한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고르지 못한 분배에 분노한다’(不患貧 患不均)고 했다. 이 말은 ‘논어’에도 나오고 ‘목심심서’에도 언급된다.
 

이제 정리해 보자. 새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더 좋아질 같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하니, 올 해도 좋은 세상에 대한 기대는 일단 접는 게 좋겠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 스스로 내공을 쌓아 가자.

 

‘도광양회’(칼날의 빛을 칼집에 숨기고 어둠 속에서 더 좋은 날을 위하여 힘을 기른다)라는 말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았다고 밝혀지면서 부터이다. 그는 엘리트를 양성하고 외국인투자를 허용하는 등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한 과감한 개혁조치로 중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켜 오늘날 중국을 세계 2등 강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본래 ‘도광양회’는 고대 중국 중원에서 세력이 약했던 유비(劉備)는 살아남기 위해 조조(曹操)에게 의탁하여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도록 하여 조조가 유비에 대하여 경계심을 풀도록 한 계책에서 유래 되었다.

 

올 해는 우리 모두 ‘각자 자신의 힘을 길러 냉정하게 진단하고 치밀하게 처방하면서 과감하게 도전하자’ ‘도광양회’하는 마음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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