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만인보문화제가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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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만인보문화제가 유의할 것
  • 장세진
  • 승인 2015.01.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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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최근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승우 군장대총장)가 공식 출범했다.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군산 출신 고은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선양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기구다. 위원회는 연내에 재단법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 면면이 쟁쟁하다. 현직 국회의원.도지사.군산시장.군산시의회의장의 정치인외에도 백낙청 문학평론가, 최예태 서양화가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한 인사가 자그만치 85명이다.

  위원회는 오는 10월 ‘고은만인보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오페라 ‘만인보’ 제작 발표와 전국백일장, 시창작음악제, 시낭송대회, 학술대회 등이 펼쳐진다. 2016년엔 생가터 복원과 함께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가 주택을 이미 제공하는 등 발빠른 ‘고은 모시기’에 비하면 다소 늦었지만, 당연히 크게 축하할 일이다. 특히 고은 시인이 생존작가여서 그 의미와 가치는 남달라 보인다. 그만큼 앞으로 추진할 ‘고은만인보문화제’에도 신중한 진행과 함께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오랫동안 고교생들 글쓰기를 지도해온 필자로선 자연 전국백일장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도 강조할 것은 상금 규모이다. 지금은 없어진 걸로 알고 있지만, 연전에 군산시 후원으로 실시한 ‘군산세계철새축제 전국백일장대회’가 생각나서다.

  이 백일장의 1등인 대상 상금은 20만 원(그것도 문화상품권)에 불과했다. 시상 규모는 68명, 202만 원이었다.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대회가 아니다. 대학생 및 일반 부문이 있는데도 그랬다. 2등 차상 5만 원, 3등 차하 2만 원, 4등 참방 2만 원 등 등수 간 상금 액수가 너무 커 체계적이지 못한 것도 ‘쪽팔릴’ 일이다.

  1, 2등의 격차가 상식이하로 큰 것도 문제지만, 장려상인 참방이 본상에 해당하는 차하와 동일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는 3, 4등의 부상이 같은 백일장을 30년 가까이 학생들 인솔하여 여기저기 참가하면서도 본 적이 없다.
   백일장은 아니지만, 이웃인 익산시가 실시한 ‘두 발로 쓰는 익산여행이야기 공모’의 경우 최우수상인데도 상금이 고작 10만 원이었다. “지역의 대표적인 여행지,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를 알리기 위한” 전 국민 대상의 공모전인데도 그랬다.

  공모전 내용을 더 들여다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우수상 5만 원, 장려상 3만 원이다. 시상 규모는 8명, 35만 원이다. 초등학생 대상의 전국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쪼잔한’ 공모전이다. 애들 말로 너무 쪽팔려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세상에, 돈 35만 원으로 ‘관광도시 익산’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려 하다니….

  애들 장난도 아닌 그런 일이 연전에 실제로 있었다. 물론 상금이 많고 적은게 대수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러나 체면 따위에 집착한 공리(空理)이거나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가까운 공론일 뿐이다. 일반뿐 아니라 학생부도 많은 상금을 걸어야 전국적인 관심과 적극적 참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상금 액수나 시상 규모 등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주최측의 권한일 수도 있다. 그럴망정 노벨문학상 후보 시인의 이름을 내건 전국백일장인데, 참가한 숫자가 고작 수십 명에 불과하다면? 좋은 일 하면서 욕 얻어 먹는 일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생존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고은 시인이 행여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다른 지자체의 그것과 현격한 차이는 없는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은 안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말할 나위 없이 선양.홍보는커녕 우세만 사는 전국백일장은 하지 않음만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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