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 재주는 제조업이 넘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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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 재주는 제조업이 넘고(1)
  • 허성배
  • 승인 2015.03.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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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논설위원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원가는 높고 생산성은 아주 낮으며 주력 제품도 진부화(陳腐化)해 있고 사업 영역도 한계에 이른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도 법인세 고액납부 100대 기업 중에서 3분의 1 이상이 바로 이런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놀라운 기업이 바로 은행 단자회사 등 금융 기관이다. 지난해 고액납세 100대 기업 중 34개가 금융기관이고 특히 상위 20개 기업 중 9개를 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특이한것은 고액 납부실적 1위와 2위를 은행이 차지한 것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 위주의 경제를 구축하며 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기본 명제를 생각하면 이는 결국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격으로 제조업에서 노력한 성과가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가장 낙후(落後)한 부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금융부문을 들 수 있다. 우리와 외국 금융기관 경영실적을 비교해 보면 이는 더욱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우리 은행의 생산성은 일본 은행의 5분의 1, 심한 경우 10분의 1에 해당되는 낮은 수준이고 또한 신용 위주나 사업계획의 유망성에 따라 대출해 주는 외국은행의 관행과 달리 담보대출 위주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려온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은 금융의 악조건을 하나의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여 금리불문, 금액불문, 기간불문의 세가지 불문율(不問律)하에서 금융기관의 업신여김을 감수하며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산업을 정부의 철저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다른 제품과 같이 개방과 더불어 자유롭게 수입되지 못하고 국내 금융기관들 끼리 주로 경쟁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금융규제는 금융제품의 종류부터 예금금리, 여신금리 심지어 금융 관행까지 명시하는 정도로 심화되어 결국 은행간의 경쟁이란 무의미하게 되었고 규제와 여수신 협약에 의한 불공정 경쟁 관행이 은행들 간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저생산성은 결국 우리의 제조기업들이 감당하게 되고 이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낮추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인들의 추정으로는 은행의 비능률로 인해 일반 기업들이 2% 정도의 금리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은행들이 총자산 이익률의 국내은행의 3.5배인 것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제는 금융시장도 단순히 국내 상황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고 급속히 세계 경제 속에 하나의 금융 시장으로 변모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에서 비능률적인 금융기관 들이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20대 고액납세 기업이 되고 결과적으로 높은 금리가 제조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 이 모든 책임은 이제까지 금융부문을 완벽하게 규제해온 정부 당국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 금융 부문이 자생력(自生力)을 가지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고 경쟁을 조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 주민등록 등본이나 인감증명 제출 등을 간소화 하는 행정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금융 부문의 규제를 완화해 경쟁시키는 것은 인감증명의 간소화 보다 천배, 만배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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