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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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 임귀원
  • 승인 2015.09.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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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임귀원

  ‘눈물의 비가 내렸던 그날 그대가 건네주었던 우산/ 아무 말 없이 내 옆으로 와 그대가 씌워 주었던 우산/ 외톨이가 아니라고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가수 인순이의 ‘우산’이라는 곡의 몇 소절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몇 년 전 ‘참 가사가 따뜻하고 마음에 와 닿누나.’하고 느꼈던 것으로 기억되고 지금 역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감흥과 생각이 들겠으나 필자는 우산의 테두리 안과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연계되어 생각되곤 한다.

 

  가정이 한쪽 또는 양쪽 부모의 부재, 잦은 불화와 싸움, 가정폭력, 자녀에 대한 무관심과 방임, 학대, 구성원 간의 불통 등으로 따뜻한 곳, 감싸주는 곳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원만하지 못한 가정에서 청소년의 크고 작은 일탈의 근원이 싹트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영향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많은 연구와 통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 직을 수행하면서 기존에 다른 부서에서 경찰관 생활을 할 때보다 학생, 청소년을 보고 대하는 기회가 잦다 보니 아무 문제없이 무난하게 학교 내외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학생과 청소년들도 접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때로는 범법행위를 하는 아이들도 접하게 된다. 후자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정사를 들여다보면 가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도 아주 간혹 있지만 십중팔구는 가정사에 한두 가지 이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어 유아기나 청소년기, 나아가 성인이 되어서도 원만하지 못하거나 결손이 있는 가정의 자녀들이 크건 작건 거의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때때로 절감하게 된다.

 
 원만한 가정의 자녀들은 잠깐 한눈을 팔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된다. 필자도 고교 시절 사춘기 때의 이런저런 고민과 많은 생각으로 가출하여 집에 생사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경기도의 어느 공장에서 두 달간 생활하다가 이렇게 계속 살 순 없다고 느껴 스스로 집으로 돌아왔던 적이 있다.    

 ‘자녀는 부모의 고마움을 알 때 철이 들고, 부모는 자녀의 고마움을 알 때 비로소 부모가 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가족과 가정이란 이처럼 큰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고 좋은 추억을 만들며 서로 보듬어주고 관심을 갖고 고마워하는 것,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주는 그런 것이 되어야 그 속의 자녀들을 비롯하여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필자도 두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오늘날 청소년 문제가 우리 어른들의 부족함과 성숙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한다.

 

  우리가 살다 보면 때론 가랑비가 소곤소곤 내리는 날도 있고 모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가랑비야 그저 우산 안에만 있으면 비를 거의 맞지 않고 우산이 상할 일도 없지만 모진 비바람이 불 때면 우산이 뒤집히고 살대가 끊어져 우산이 상하고 비바람을 흠뻑 맞게 되어 우산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우산의 중심대를 놓치지 않고 잡고 있다 보면 언젠가 비바람은 그치듯 가정이라는 울타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시련과 위기가 닥쳐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려고 노력하고 가정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과 관심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곳, 그것이 바로 가정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녀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고, 사회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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