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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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
  • 허성배
  • 승인 2015.09.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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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 논설위원

중추가절 명절인 한가위를 며칠 앞두고 네이버 인터넷에 ‘떡값’이란 단어를 쳐 봤더니. ‘추석 떡값’ ‘명절 떡값’ ‘공무원 떡값’ ‘군인 떡값’ ‘기업 떡값’ ‘휴가비’ 등 20여 개의 단어들이 상위에 나열됐다.

 전통적으로 순수한 의미의 떡값은 거의 없어지고 이처럼 뇌물 떡값은 설날이나 추석에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한 수당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70∼ 80년대 산업화 시절 구로공단 구미공단 등에서 일하던 산업체 근로자들이 명절 쇠러 갈 때 사장이 특별히 수당을 더 얹혀 줘 고향 가족에게 떡과 과자 등 선물을 더 사가는 데서 유래됐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떡값은 뇌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이 금품을 떡값 명목으로 주고받았을 뿐 대가성이 없다고 변명하면서 이러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7년에 김모 변호사라는 자가 삼성그룹의 고문 변호사로 있다가 퇴사하면서 분에 넘치는 퇴직금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그 보복으로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의 뇌물을 공여하였다고 폭로함으로써 법조계로부터 배은망덕한 자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는데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일부 검사들은 떡값 검사로 한때 지칭되기도 했다.

작은 정성이란 의미의 ‘촌지(寸志)’와 청하여 부탁한다는 ‘청탁(請託)’도 긍정의미는 사라지고 비리와 연관된 단어로 쓰이듯이 말이다. 촌지는 은혜 입은 스승 등에게 작은 성의 표시로 건네던 금품이었고, 청탁은 ‘원고청탁서’ ‘주례청탁서’처럼 저명한 분들에게 글이나 주례 등을 부탁할 때 쓰던 말인데 ‘인사청탁’ ‘공사수주 청탁’ 처럼 부패 의미로 굳어졌다.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공직자들의 ‘떡값 수수(授受)’로 인해 늘 뒷말이 생긴다. 언론 보도 제목에도 떡값 뉴스가 적잖이 등장한다. 요즘 떡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무슨 떡값이 그렇게 비싸냐고 거센 항의도 있다. 한 달 내내 팔아도 1천만 원어치도 못 파는데 떡값으로 한 번에 수천만 원을 수수한다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진정한 감사의 표시로 수수하는 공직 사회의 선물은 말 그대로 순수한 선물이어야 한다.

 공직자는 직무상 어떠한 금품이나 향응도 받을 수 없도록 ‘공직자 행동 강령’에 규정돼 있다. 이 강령은 공직자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자율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외부로부터 부당한 유혹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제정된 것이다. 2003년 5월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제정된 행동강령이 죽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행동강령을 위반한 공직자는 견책에서 최고 파면까지 처벌을 받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 윤리에 관한 민도(民度)가 높아지면서 뇌물에 해당하는 떡값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현행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규정은 받는 자만 처벌하고 주는 자는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공직 사회는 이제 과거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에서 탈피한 고도의 윤리 경쟁력을 요구하며 자율과 책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윤리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식과 규정을 넘어선 뇌물을 수수하지 않는 공직 의식 개혁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마련돼도 공직자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허사다.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올 추석은 물론 앞으로도 정성이 담긴 간소한 선물만 주고받길 소망해 본다.

한편 각기 업체의 근로자들은 작년도부터 경기가 좋지 않아 체불노임에다 상여금 맞아 제대로 받지 못해 귀향을 포기한다는 소식에 그저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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