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알아서 기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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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알아서 기었나
  • 장세진
  • 승인 2015.10.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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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한별고 교사·문학평론가

"정부, 문학창작심사 개입 ‘유신 검열’ 되살아나나”
위는 한겨레(2015.9.11)가 단독(소위 조.중.동을 비롯 한국일보나 세계일보, 서울신문 등에서 볼 수 없어서다.)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40년 전 자행되었던 ‘유신 검열’이 들어간 제목만으로도 지금 읽기엔 충분히 충격적인 기사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기사의 신문보도가 버젓이 있게된 건지 아연실색할 일이기도 하다. 그 동안 수많은 피를 흘리며 진척된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나가리’되는 일이어서다. 역주행이란 평가를 받던 이명박정부가 재현되는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생겨나서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2015아르코문학창작기금’(이하 ‘창작기금’)과 ‘창작산실육성지원’ 연극부문 선정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개입해 특정작가 배제를 요구했다. 희곡 분야에서 100점을 받아 1순위인데도 탈락한 ‘특정작가’ 이윤택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창작산실육성지원 연극부문에서 2년 전 공연된 연극 ‘개구리’ 때문 탈락했다. 연극계가 그렇게 보고 있는데, ‘개구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 대선 개입을 빗댄 듯한 ‘수첩공주’, ‘시험컨닝’ 등의 표현이 나오는 ‘반체제적’이거나 ‘반박근혜적’인 연극이다.

참으로 쪼잔하기 이를데 없는 선정과정의 2015 창작기금은 진즉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11일 신청을 마감한 창작기금은 같은 해 12월 심의를 마치는 것으로 공지되었다. 늦어도 2015년 2월엔 결과가 발표되어야 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급기야 시차를 둔 채 부문별로 결과 발표가 이루어졌다.

창작기금을 신청한 필자 역시 심사결과를 애타게 기다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한 횟수만도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이다. 당연히 전화문의도 여러 차례 했다. 결국 심사결과 발표는 예년에 비해 5개월여 늦어진 7월 17일 이루어졌다. 예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 개인별 확인이었다. 누가 어느 부문에서 선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심사결과였다. 그것부터 수상했다. 뭔가 떳떳치 못하거나 감추고 싶은 것, 그것도 아니면 구린 데가 없고선 그런 심사결과 발표방식을 취할리 없어서다. 아니나다를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입이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사태의 주범이 ‘보이지 않는 손’인지 ‘알아서 긴 것’인지 밝혀내는 일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과제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세운 바 있다. 그야말로 반갑고 환영할 주제라 나름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그렇게 쓴 소리를 못들어 과연 융성을 이루어낼지 걱정이 앞선다. 공산주의나 독재국가라면 모를까 입맛에 맞는 문화.예술만 있을 수 없다.  지금은 유신독재의 ‘한국식 민주주의’ 시대가 분명 아닌데, 왜 그런 일로 문화.예술인 나아가 국민을 피로하게 하고 지치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된다.

지난 1월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신은미 지음)에 대한 우수도서 취소사건, 더 멀리는 2013년 12월 벌어진 월간지 ‘현대문학’의 ‘박정희 유신’ 내용의 소설 게재 거부사태 등 왜 이런 일들이 2015년 이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전염병처럼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탈락에 대한 불복도 마찬가지다. 그런 ‘야로’가 있는지 모르고 익숙지도 않은 컴퓨터로 서류작성 등 ‘뻘짓’을 했다는 자괴감 역시 만만치 않게 솟아 오른다. 진짜 믿을 ‘놈’ 하나도 없는, 참 개 같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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