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이 아니라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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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이 아니라 방송이다
  • 장세진
  • 승인 2015.10.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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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한별고 교사·문학평론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잘못 쓰이는 말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도 언론매체의 전파력 등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잘못 쓰이는 말의 폐해는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영’과 ‘방송’의 경우도 그런 예다. 먼저 9월 2일치부터 10일간 신문기사를 보자. 괄호안은 기사제목. 

“24편을 모두 방송할 수 없어 단편 드라마 중심으로 9편을 선정해 하루에 한 편씩 6일까지 방영한다.”(9월 2일 ‘서울드라마워즈 10년 만에 후보작 방영’)

“‘복면가왕’이 처음 방영됐을 때 화제가 된 인물은 ‘솔지’였다.”(9월 7일 ‘가리니 비로소 들렸다’)

“이를 바탕으로 방영중인 주요 지상파 드라마와 상영중인 주요 영화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등장했다.”(9월 7일 ‘드라마-영화속 사이코패스 활개’)

“해당 보도는 애초 케이비에스1티브이 시사보도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에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 두 편으로 나누어 6월과 7월에 두 차례 방영될 예정이었다.”(9월 9일 ‘친일파에 훈장 준 이승만?박정희~’)

“2013년 방영된 TV 드라마 속 한 장면이다. 드라마 방영 직후 해당 지하철역은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9월 11일 ‘드라마속 자살장면 도 넘어’)

이처럼 5개의 신문 모두에서 TV가 ‘복면가왕’ 또는 드라마 등 프로그램을 방영한다고 쓰고 있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방송한다’는 표현을 써야 맞다. 방송(放送)이나 방영(放映)이 같거나 비슷한 뜻이지만, 그 유래를 살펴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라디오?텔레비전의 전파에 실어 뉴스 등을 보냄”이란 국어사전 해석의 ‘방송’은 “널리 흩어 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1927년 처음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을 때 일본인들이 ‘방송’으로 정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방영’도 일본이 사용한 것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 쓴 용어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본에서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주로 영화를 내보냈다. 신문들이 극장의 영화를 ‘상영’이라고 쓰니까 TV의 영화는 ‘방영’이라 해야 맞을 것 같아 그리 표현했다. 또 ‘방영’은 라디오의 ‘방송’과 구분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영’의 사용 이유는 지금 빛을 잃게 됐다. 일본에서도 라디오든 TV든 ‘방송’으로 통일하여 쓰고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TV로 비춘다’는 뜻의 ‘방영’은 영상과 음향을 동시에 내보내는 TV의 기능이나 개념에도 맞지 않다.

라디오와 구분하려는 ‘방영’도 별 의미가 없다. 라디오가 음향, TV가 음향과 영상의 미디어인 점은 차이가 있지만, 방송법 제2조에 명시된 방송의 정의를 살펴 보면 그렇다. 요컨대 방송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수신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무선전파에 의한 통신”이다.

나라의 역사가 그리 되어 ‘방영’과 ‘방송’ 모두 일본이 쓰던 걸 따라하게 되었지만, 그리하여 일제 잔재라는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되었지만 우리만의 대체용어가 없거나 발굴해내지 못하는 한 현대적 의미로 재정립하여 한 가지로 통일하여 쓰는 게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생방영’.‘중계방영’.‘텔레비전방영’ 대신 ‘생방송’, ‘중계방송’, ‘텔레비전방송’ 등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처럼 신문과 방송 등 모든 언론매체부터 ‘방송된다’나 ‘방송한다’로 쓰자. 그리 하면 시청자 나아가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따라갈 것이다. 이제부터 방영이 아니라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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