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기고>丙申 새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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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기고>丙申 새해를 맞으며
  • 차덕호
  • 승인 2016.01.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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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호 우석대학교 일본어과 명예교수

  을미년을 맞아 칼럼을 썼던 일 년 전이 엊그제 같은데 또 한 해가 훌쩍 지나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해도 다사다난하고 시끄러웠다.
  어떤 일이든 생기면 말이 참 많다. 의사 전달 수단이 빛의 속도 보다도 더 빠른 오늘날에는 말이 더 많고 더 듣게 된다.

  말을 하지 않거나 듣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도 갚는다지만 무심한 한 마디에 원수가 되고 살인까지 일어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말 많은 세상에 ‘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말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좋은 말-덕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법이나 문법 상 틀려도 가끔 있는 일로 친다.
  그러나 나쁜 말, 아닌 말은 하는 사람의 인격도 의심하게 하지만 듣는 이의 정상적 사고를 방해하곤 한다.
 ‘엄정한 수사를 하겠다' ’공정한 보도를 하겠다‘ 고 힘주어 하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당연한 말이면서 한 편으로는 그 전에는 엄정하거나 공정하지 않았다고 들리게 된다. 아닌 말이다.
  며칠 전에도 기자 회견에 나와 ‘국민과 함께 하겠다’라고 비장하게 말하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이 사람의 ‘국민’은 국민이 아니고 ‘지지자’라고 해야 맞다. 말의 농간이고 사기다.
  얼마 전 조계사에서 어느 승려(‘스님’은 2인칭 호칭이므로 3인칭에서 사용하면 적절하지 못함)의 ‘…경찰의 책임’이라는 말은 법원의 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공권력의 행사가 잘 못이라는 뜻이니 궤변에 해당한다.
  나쁜 말 중에서도 막말로 하는 악담과 거짓의 말은 그 파장이 때로는 엄청나 큰 혼란을 불러 오기도 한다.
  한두가지 아닌 막말이 신문 방송에  오르내렸는데 그 중에서 사석에서도 아니고 만인이 볼 수 있는 SNS를 통해 대통령을 ‘그년’이라고 한 사건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공적 공간에서 ‘그년’이란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고 들어야 할 여성도 없다. 이런 인격의 사람 말고는 국회의원 시킬 인사가 없는가.
  일상생활에서도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말은 어떤 형태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입은 불화의 문이고 혀는 날카로운 칼이라는 말도 있다. 참으로 조심해야 한다.
  끝으로 거짓의 말-사실과 다른 틀린 말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다.
  천성산 터널 뚫으면 습지가 말라 도룡룡 죽는다고 환경 단체가 반대하고 어느 여승은 단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명 운동까지 하며 동조를 했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터널이 개통된 천성산 도룡룡은 잘 살고 있다고 하니 그 간의 인적 물적 막대한 손실은 누가 책임지는가.
  현대는 정보가 넘쳐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현대인은 아는 게 많아졌다. 동시에 아는 ‘체’하는 사람도 늘어나 예전보다 말도 더 많아진 것 같다.
  곳곳에 현수막 걸려있던 4대강 사업 반대도 요즘은 조용하고, 수입쇠고기 널려 있어도 광우병 시위는 보이지 않는다.
  남이 장에 갈 때 거름지고 가더라도 부하뇌동 좀 하지 말자.
  잘 모르면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옳다. 중간은 간다고 했다.
  필자는 지금도 4대강 사업이 옳은 지 그른 지, 서해안 간척 사업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 모른다.
  새해엔 막말 궤변 늘어놓지 말고 바른 말 고운 말 좀 들으면서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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