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뻗친 ‘국가브랜드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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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친 ‘국가브랜드공모전’
  • 장세진
  • 승인 2016.02.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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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한별고 교사·문학평론가

 ‘입상자 발표, 약속 지켜라’?‘툭하면 발표연기, 공모전이 애들 장난인가’?‘공모전 애들 울리지 말아야’?‘공모전 발표일 약속 지켜야’?‘마음인문학연구소의 공모전 그 후’?‘모집만 있고 발표는 없는 알찬문집공모전’. 이것들은 필자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쓴 칼럼의 제목이다.

  제목에서 이미 짐작되듯 각종 공모전의 지각 발표 행태를 지적한 글들이다. 제목은 비슷하지만, 6편의 글이 각기 다른 주최측 이야기다. 그만큼 공모전의 지각 발표가 자심하거나 만연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뿐이 아니다. 필자는 2009년 ‘공모전 광고 내고 시상 취소하다니’라는 글을 일간신문에 발표한 적도 있다.

  글 대부분은 고교의 문예지도 교사로서 학생들을 울리거나 실망시키는 공모전을 고발한 것들이다. 대학교?지자체?문인단체?환경단체?도교육청?정부기관?출판사 주최 등 지각 발표로 구설에 오른 각종 공모전이 즐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보니 전 국민 나아가 외국인들까지 대상으로 한 ‘국가브랜드공모전’의 지각 발표가 도를 넘고 있다. 오랜만에 이런 글을 다시 쓰게되는 이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국가브랜드공모전’은 처음 발표한다던 약속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두 번이나 미루었다.

  ‘국가브랜드공모전’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해 9월 7일부터 11월 8일까지 영상?사진?디자인?글?음악 등 5개 부문에 걸쳐 작품을 공모했다. 공모전에는 8천 700여 점의 작품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차 전문가 심사를 거친 96편의 작품들은 12월 4일까지 국민선호도 조사까지 마친 바 있다.

  지난 해 12월중 시상식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2016년 2월이 되어서도 홈페이지엔 ‘국가브랜드공모전 최종 수상작을 빠른 시일내 발표’한다고만 안내해놓고 있다. 그 전엔 ‘1월중 발표’가 올라와 있었다. 주최측이 내세운 지연 발표 이유는 ‘각 분야별 저작권 조사 등’이다.

  그러나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과연 그런 대회를 치를 역량이 있는 정부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진행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100편도 안 되는 1차 심사 통과작 대상의 최종 수상작 선정이기에 그렇다. 홈페이지를 통해 양해를 구했다곤 하지만, 응당 발표일 지연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하는 공모전을 그리 ‘개념없이’ 진행해선 안될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이들이 주최(주관)측 홈페이지를 수없이 방문하는 등 시간낭비가 심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다른 타이틀도 아니고 ‘국가브랜드’를 내세운 공모전인데, ‘코리안 타임’이란 망신살이 뻗쳤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1차 심사통과 작품엔 외국인 응모작 7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들이 이런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

  한편 국가브랜드공모전은 대통령상 1팀 2000만 원을 비롯 국무총리상(1팀, 1000만 원)?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2팀, 각 500만 원)?최우수상(5팀, 각 200만 원)?우수상(5팀, 각 100만 원) 등 다른 공모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금이 걸려 있다. 심사 결과가 공지한 날보다 늦게 나와선 안 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저런 이유의 발표연기 따위 공신력 잃는 행태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검토하여 시행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신용?신뢰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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