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만난 겨울 끝자락 ‘진안고원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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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만난 겨울 끝자락 ‘진안고원 밥상’
  • 조민상 기자
  • 승인 2016.03.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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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한국인의 밥상 진안군 특집 31일 방영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진안고원 밥상’을 소개한다.

31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전파를 타는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에 형성된 남한 유일의 고원지대에서 청정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사는 진안 사람들의 삶과 음식을 전한다.


▲ 첩첩산중 오지, 산약초 캐는 가막마을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버스가 한없이 올라간다. 예전에 도로가 제대로 뚫리지 않았을 때 진안은 외지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가막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지금도 하루 세 번이 고작이다. 진안에서 가장 깊숙한 산골 마을 중 하나라는 상가막마을, 해발 400m 산중턱에 위치한 곳이다. 진안고원에서는 모든 것들이 더디게 크지만, 천천히 자라는 만큼 속은 단단하고 영글다. 기후조건이 좋지 않은 것이 역설적으로 좋은 품질을 만드는 셈이다. 해마다 농사철이 돌아오기 전, 흑염소며, 인삼이며 마을에서 키워 낸 그 단단한 것들로 몸보신을 한다. 염소 고기는 삶아서 수육으로 먹고, 뼈는 고아 육수내서 염소탕으로 먹는다. 인삼에 오미자, 꾸지뽕나무, 우슬까지 마을에서 캐온 귀한 먹거리들이 총출동한다.


▲ 원연장 마을, 산나물 캐는 날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곳, 진안. 화려한 봄꽃도, 나무의 신록도 찾아볼 수 없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건 들판에서 얼굴을 내미는 나물들 덕분이다. 이맘 때 올라오는 대표적인 나물은 망초, 풍성하게 자란다 해서 풍년초라 부르기도 한다. 흔히 벌금자리라 부르는 벼룩나물도 있다. 진안에서는 볶은 나물에 들깨가루 물을 붓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졸여 먹었는데 ‘깻국탕’이라 불렀다. 나물로 반찬만 해 먹은 건 아니다. 나물은 끼니를 때우는 중요한 식량이기도 했다. 나물에 밀가루를 버무려 버무리를 쪄내고, 말린 나물로 나물밥을 짓는다.

 

▲ 용담호의 민물고기 밥상
2001년 진안에 용담댐이 건설되며 용담호가 만들어졌고, 전북도민의 생활용수를 해결하고 있다. 이경철씨는 용담호 옆 송풍마을에서 민물고기를 잡는 어부다. 금강 상류이기도 한 송풍마을엔 용담호가 생기기 전 작은 냇가가 흘렀다. 겨울이 가고 날이 풀리면, 마을 사람들은 냇가에 나가 고기 잡으며 봄을 맞았다. 강에 나가 천렵을 하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다슬기로 육수 내서 어죽을 한 솥 끓여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댐이 막히고 먹이가 많이 생기며 용담호에 고기도 많이 늘었다. ‘민물고기의 제왕’이라 불리는 쏘가리에 동자개, 붕어, 메기, 누치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잡힌다. 아내 이경씨가 마중을 나와 쏘가리로 회를 떠서 먹는다. 육질이 단단해서 횟감으로 그만이다. 물고기가 많이 잡혀 구워먹고, 쏘가리로 조림하고, 동자개 매운탕을 끓인다.


▲ 더덕 향기로 가득한 마조마을
겨울이 물러갈 때쯤, 진안 마조마을을 가득 채우는 건 진한 더덕 향기다. 싹이 올라와 양분을 뺏기기 전, 지금이 가장 먹기 좋은 때다. 더덕 역시, 고원의 환경 탓에 다른 곳보다 자라는 속도가 늦지만, 속이 영글다. 예전부터 깊은 산골 마조마을에는 사방에서 더덕이 자랐다. 여기저기 씨가 떨어지면, 도랑가건, 뒷마당이건 더덕 향이 진동을 했다. 더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더덕구이. 고추장 발라 살짝 구워낸 더덕구이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별미다. 집에서 키우는 토종닭에 더덕, 엄나무, 가시오가피 나무 넣어 백숙을 만들면 최고의 보양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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