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한 '새 옷' 갈아입은 재래시장에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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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한 '새 옷' 갈아입은 재래시장에 가보셨나요?
  • 투데이안
  • 승인 2010.06.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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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부시장은 호남에서 제일 큰 물류 집산지였습니다. 지금도 그 명성을 잃지 않고 매일 새벽이 되면 시장 안에 또 다른 시장이 서고 있지요. 새벽시장은 옛날의 장터자리였던 천변 쪽 상가와 전주천 둔치 공터에 노점과 같은 장이 서면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물론 대형마트나 SSM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비하면 거래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구요. 요즘의 시장은 새벽 한때가 가장 북적거리는 시간입니다만 이 시간이 지나고 한 낮이 되면 또다시 재래 시장은 깊은 잠에 빠지곤 합니다.

 

 

 

 

 

 

 

 

 

 

 

 

낮과 새벽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주로 도매는 새벽시장을 이용하고 소매는 낮 시간을 이용했던 것이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소매가 대형마트쪽으로 많이 빠져나간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사실 재래시장 활성화의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소매 대상인 일반 대중들의 발걸음을 재래시장으로 되돌려 활기를 불어 넣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남부시장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위해 말끔한 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어둡고 칙칙했던 아케이드 골조가 봄날 새로 돋아난 새싹처럼 연두 빛과 청색 빛으로 상가들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상쾌하게 만듭니다.

 

 

 

 

 

 

 

 

 

 

 

 

 

 

 

 

 

 

 

 

 

 

 

 

특히 상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간판들의 변화는 남부시장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사각 틀에 똑같은 글씨로 이름만 알리는 기능을 했던 간판은 이제 각각 상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개성을 살려 제 모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릇가게는 알록달록 예쁜 그릇과 국자 같은 조리기구들이 걸려있는 듯 부엌 모습을 연출하고, 건어물가게는 명태가 도도하게 꼿꼿이 서있는가 하면, 국밥집은 금방이라도 호호 불면서 먹을 것 같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가 간판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약재상은 약초를 달이는 약탕기, 실과 바늘이 춤추는 수선 집, 고풍스런 화보 같은 이미지를 담은 옷가게 등 저마다 간판들은 제 기능을 살려 상가거리에 조화롭게 뽐을 내구요. 한 젓갈 집에서는 젓갈을 담는 통을 마치 팝아트처럼 디자인 하여 시장의 기능과 간판의 역할이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거리 모습에서 재래시장이 어둡고 칙칙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듯하네요.

남부시장의 변신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몇몇 가게들에서는 진열된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진열대와 가게 겉면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나무상자에 담긴 건어물을 볼 수 있고, 한복집들의 쇼윈도는 율동적인 아이콘들이 움직이며, 옷집은 위트 있는 일러스트 얼굴표현으로 진열된 옷마저 개성이 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남부시장의 변신은 '무죄'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상가 곳곳에 '예술의 힘'을 발휘해 시장을 '오고싶은 곳'으로 바꿔내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소비 형태가 변화된 요즘, 재래시장의 이미지 또한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옷은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속내까지 읽어내려는 노력과 함께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성 있는 자기 색을 내려다가 도리어 비슷한 유형의 그림 기법으로 인해 일률적인 평범함으로 다시 되돌아갈 우려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새 옷도 시간이 지나면 헌옷이 된다는 당연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꾸준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야 남부시장은 살아있는 공간이 되고, 사람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이 될 수있으니까요. ^^ ⓒ 전북의 재발견 구혜경(사회적기업 사단법인 '이음' 청춘작업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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