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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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 장세진
  • 승인 2016.04.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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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잊어버릴 만하면 헌 바지에 뭣 불거지듯 하는 일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그 중 하나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이야기다. 2016년 2월 26일 임기가 만료되었고, 재선임되지 않았으니 이제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이용관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반정부적 신문과 중도 매체라 할 한국일보에서 주로 보도해온 부산국제영화제파동의 시작은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9월 2일 제19회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파동은 9월 중순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 상영이 부적절하다”고 밝히면서부터 막이 올랐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서병수 시장의 발언과 상관없이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다이빙벨’을 상영하면서 파동의 막이 올랐다고 봐야 맞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개입에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굴하지 않고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함으로써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로 꾸려진 선정위원회에서 확정된 상영작이 외부 입김으로 취소된 적이 없는 전통과 권위를 그대로 지켜낸 것이기도 하다.

이후 부산시는 영화제 집행위 지도 점검,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 감사원 본 감사 의뢰, 검찰 고발 등을 2015년까지 숨가쁘게 이어갔다. 이에 굴하지 않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자문위원 68명을 선임하고, 임기 만료와 함께 자리를 물러났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영화제 조직위원장 사임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부산시는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집행위원회가 조직위원장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마침내 영화인들이 나섰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범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3월 21일 한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 비대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국내외 대표적인 9개 영화단체로 구성된 모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파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3월 24일 부산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국고보조금 부실집행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件) 조사에 따른 검찰 출두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창립 멤버이며 산 증인이나 다름없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으로선 그것만으로도 치욕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년 동안 쌓아온 영화제의 세계적 명성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그 책임은 응당 서시장이 져야 한다. 잘못도 그에게 있다. 말할 나위 없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대원칙을 깬 데서 비롯된 부산국제영화제 파동이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서시장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원히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서시장이 영화인들과의 전면전을 벌인 것은 왜일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천안함 프로젝트’가 논란이 되었지만, 이렇듯 일파만파로 번지지 않았는데, ‘다이빙벨’은 왜 그런 것일까. 혹 권력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긴’ 것이라면 선출직 시장이란 자리가 너무 쪽팔일 일이다.

하긴 이미 세계적으로 쪽팔린 부산국제영화제가 되고 말았다. 2016년 2월 11일 개막한 제66회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I SUPPORT BIFF)’라는 행사를 열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세계 여러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 등 150여 명의 영화인들이 참여한 행사에서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중단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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