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고 거꾸로 가는 세상을 언론이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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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고 거꾸로 가는 세상을 언론이 바로잡아야
  • 허성배
  • 승인 2016.05.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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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마치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무섭고 불안하기까지 할 정도로 세상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 교육현장, 사법부, 공기업, 사회, 공직자, 법조계 비리 등 특히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가운데는 말세 증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심하고 기가 막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최근 매스컴들, 특히 종편방송을 보면 우리 사회는 볼 장 다 본 막가는 세상처럼 느껴져 정신이 산란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세상은 어지럽고 언론은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어느 집에서는 어버이날 40대의 남매가 80을 바라보는 자기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뒤 칼로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패륜을 저질렀다. 엽기적이고 큰 사건이기는 하지만 TV에서는 온종일 그 끔찍한 소식을 반복해서 전하고 있다.

범인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김장할 때 쓰는 대형 고무통과 100리터짜리 대형 종량제 봉투 여러 장과 표백제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남매는 돈 문제로 아버지와 다툼이 있었고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 불탔다고 한다. 이들은 범행 사실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얼굴과 실명, 개인적인 신상 등 모든 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제 아버지를 죽이고도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욕하고 성추행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학생들이 오히려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 더는 버틸 수 없어서 교직을 떠나는 교사가 늘고 있다는 보도다. 더 기막힌 일은 교사가 훈육 차원에서 학생을 때릴 경우에는 학부모가 그 교사를 가만두지 않는 데 반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할 경우에는 학교 측과 피해를 본 교사는 오히려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돼가는가?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어느 어느 당의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관한 소식도 참으로 어이없고 가관이다. 당선자 122명 가운데 1/3이나 되는 39명은 불참하고 83명만이 참석했는데 참석했다가 중간에 자리를 뜬 사람, 앉아서 조는 사람, 아예 자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날 회의는 총선 참패 이후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비롯한 당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과 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였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과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렵고 계파 갈등 싸움으로 끝났는데 20일 4선이상 중진(20대 국회 기준) 연석회의에서 혁신·비대위 분리하지 않고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당 혁신 추진권한을 일임하기로 결정. 당 분란은 일단 봉합했지만 아직 여진은 남았다.

냉정히 따져보면 저들은 선거에 참패한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 당이 참패했을 뿐 저들은 참패한 것이 아니라 당선자들로서 승리감과 행복감에 젖어 오히려 즐겁기만 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이야 어찌 되던 나는 나일 뿐 일체감이 없는 빈 깡통 조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런 사람들은 여·야 모두 정책협치는 뒷전이고 당이나 국가의 운명보다는 나의 생존과 나의 이기주의가 더 중요하고 선거 때 표를 얻으려는 방편으로 헌신할 것처럼 외치고 유권자를 속여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정치, 사회, 가정, 교육 모두가 총체적 부패현상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변하고 세태가 나쁘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위아래도 없어지고, 해서는 안 될 짓과 꼭 해야 할 일도 구별하지 못하는 한심한 세태로 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매스컴, 특히 종편TV가 어수선한 세상, 불안한 세태, 향방을 잃고 떠가는 정치 사회 현상을 지적하고 바로 잡도록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세상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문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늘 복잡하고 문제 투성이이다. 그럴 때 언론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기여하느냐 부정적이고 발전을 저해하는 쪽으로 작용하느냐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 같은 요즘 세태에는 매스컴이 부정적인 촉각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해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쓸 수 있도록 언론이 앞장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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