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논설위원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마치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무섭고 불안하기까지 할 정도로 세상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 교육현장, 사법부, 공기업, 사회, 공직자, 법조계 비리 등 특히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가운데는 말세 증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심하고 기가 막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범인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김장할 때 쓰는 대형 고무통과 100리터짜리 대형 종량제 봉투 여러 장과 표백제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남매는 돈 문제로 아버지와 다툼이 있었고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 불탔다고 한다. 이들은 범행 사실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얼굴과 실명, 개인적인 신상 등 모든 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제 아버지를 죽이고도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욕하고 성추행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학생들이 오히려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 더는 버틸 수 없어서 교직을 떠나는 교사가 늘고 있다는 보도다. 더 기막힌 일은 교사가 훈육 차원에서 학생을 때릴 경우에는 학부모가 그 교사를 가만두지 않는 데 반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할 경우에는 학교 측과 피해를 본 교사는 오히려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돼가는가?
냉정히 따져보면 저들은 선거에 참패한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 당이 참패했을 뿐 저들은 참패한 것이 아니라 당선자들로서 승리감과 행복감에 젖어 오히려 즐겁기만 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이야 어찌 되던 나는 나일 뿐 일체감이 없는 빈 깡통 조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런 사람들은 여·야 모두 정책협치는 뒷전이고 당이나 국가의 운명보다는 나의 생존과 나의 이기주의가 더 중요하고 선거 때 표를 얻으려는 방편으로 헌신할 것처럼 외치고 유권자를 속여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정치, 사회, 가정, 교육 모두가 총체적 부패현상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변하고 세태가 나쁘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위아래도 없어지고, 해서는 안 될 짓과 꼭 해야 할 일도 구별하지 못하는 한심한 세태로 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매스컴, 특히 종편TV가 어수선한 세상, 불안한 세태, 향방을 잃고 떠가는 정치 사회 현상을 지적하고 바로 잡도록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세상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문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늘 복잡하고 문제 투성이이다. 그럴 때 언론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기여하느냐 부정적이고 발전을 저해하는 쪽으로 작용하느냐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 같은 요즘 세태에는 매스컴이 부정적인 촉각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해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쓸 수 있도록 언론이 앞장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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