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피싱, 한 순간의 쪽팔림보다 생명이 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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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 한 순간의 쪽팔림보다 생명이 중하다
  • 안수영
  • 승인 2016.09.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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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경사 안수영

늦은 밤, 사색이 된 얼굴로 한 고등학생이 쭈뼛거리며 사무실 문을 연다. 무거운 침묵 뒤에 ‘저기.. 사실은 제가 협박을 받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울먹거린다. 순간적으로 몸캠피싱을 당한 피해자임을 직감하고, 상담을 이어간다. 최근 10대 청소년에서 중년의 남성들까지 이렇게 곤혹스런 피해를 당해 경찰서를 찾는 남성이 늘고 있다.
 

몸캠피싱이란 화상채팅을 통한 신종 공갈 범죄로 몸+캠(카메라)+피싱의 합성어이다.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남성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화상 채팅방을 개설하고, 채팅방에 입장한 남성을 향해 여자가 먼저 옷을 벗거나 음란 영상을 보여주며 상대에게도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설득의 심리학’에 나온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먼저 호의를 베푼 여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남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곳에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댄다. 범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해두고는 ‘음성을 듣고 싶다’거나 ‘선명한 화질로 채팅하자’며 악성코드가 담긴 앱을 보내주고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앱이 깔리면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있는 연락처, 사진 등 개인정보를 모두 빼내 ‘자위 모습을 지인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피해자가 금품 지불을 거절하면 피해자의 가족, 친척, 친구, 회사동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음란 동영상을 살포하고, 금품을 지불해도 추가적인 협박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심지어 2014년에는 몸캠피싱 대학생이 수치심에 투신자살하였고, 올해 초 강원 삼척 경찰서는 20대 남성이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랜덤채팅 특성상 대화내용이 저장되지 않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없고, 대포통장 및 대포폰 등을 이용하고, 조직 대다수가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어 수사에 제약이 많다.
 
피해를 막으려면 음란 채팅 요청에 대해 수락을 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어플의 설치를 차단’ 해 둠으로써 보안 설정을 강화하고, 경찰청 제공 앱인 ‘사이버캅’을 설치하는 것도 악성코드 유입 차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미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돈을 입금하라는 요구에 일체 응대하지 말고, 채팅화면 및 송금요청 계좌를 캡처하여 경찰에 신고함과 동시에 악성 앱을 삭제하고, 스마트폰 초기화 및 연동된 모든 계정에 모두 탈퇴를 하는 방법이 있다.
 
피해자들의 경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가족이나 지인, 수사기관의 도움을 요청하고, 몸캠 피싱의 사진 속 얼굴과  다른 사람의 신체가 합성된 경우도 많으므로 ‘얼굴은 내가 맞지만 몸은 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배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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